[문학예술]‘투견’…들리는가! 악몽같은 현실의 외침이…

  • 입력 2005년 4월 15일 16시 3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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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견/김숨 지음/320쪽·8800원·문학동네

1997년 데뷔한 신진 작가의 첫 작품집. 세계와 제대로 소통하지 못하는 주인공들이 겪는 악몽 같은 현실과 내면 풍경을 그로테스크하게 그렸다.

타이틀 작품 ‘투견’에서 간질발작을 앓고 있는 스물아홉 살의 ‘나’의 아버지는 ‘개를 잡는 업자’다. 개들은 과거 ‘주먹’이었던 아버지를 보면 꼬리를 다리 사이에 감아 넣고 설설 긴다. 아버지가 ‘목이 졸리고 온몸이 까맣게 그슬린 개’를 손질할 무렵이 되면 나는 손가락이 굳고 입에 거품을 문채 쓰러진다.

가부장적 질서의 폭력성을 비유한 것이다. 이 같은 비유는 독자의 이성보다 먼저 신경과 심장을 각성시킨다. (문학평론가 강유정 씨)

다른 작품 ‘느림에 대하여’에는 조그만 방에 틀어박혀 책 읽기를 좋아하는 오빠가 밤하늘이 올려다보이게끔 자기 집 천장에 조그만 구멍을 뚫는 이야기가 나온다. 이 구멍 역시 아버지에 의해 도로 막혀버리지만 ‘나’는 한번 뚫렸던 그 하늘로 난 구멍 때문에 왠지 모를 희망을 갖는다. 작가가 그려내고 있는 그로테스크한 상황들은 결국 이 같은 구멍을 향한 것이 아닐까.

권기태 기자 kk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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