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대형 투자펀드 세무조사]외국자본 투자 실태

  • 입력 2005년 4월 15일 03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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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자본이 한국에 본격적으로 들어오기 시작한 것은 외환위기 이후다.

주식시장의 외국인 비중(거래소시장 시가총액 기준)은 1997년 말 9.1%에서 외환위기 이후 비약적으로 커졌다.

특정기업 주식의 10% 이상을 취득한 사례만 집계한 외국인 직접투자도 1997년 69억7000만 달러에서 1999년에는 155억4000만 달러로 증가했다.

외환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자본시장을 개방하고 기업을 매각한 결과다. 하지만 외국자본 유입이 가속화되면서 여러 가지 부작용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한국 금융시장 장악=작년 말 현재 거래소시장의 외국인 비중은 42%로 역대 최고다.

금융감독원에 등록된 외국인투자가도 1만6899명으로 1997년(8480명)보다 99.2% 늘었다.

금융시장의 안전판 역할을 하는 은행권에서도 외국인들의 입김이 커졌다. 1997년 말 4.2%에 불과했던 외국계 은행의 시장점유율(총자산 기준)은 작년 10월 말 현재 21.8%에 이른다. 8개 시중은행 가운데 제일 한미 외환은행은 외국인 손에 넘어갔다.

이 같은 외국계 은행의 시장점유율은 미국(5%) 독일(4%) 일본(6%)보다 월등히 높다.

외국인들이 챙겨가는 몫도 크게 늘어나는 추세다. 12월 결산 상장기업의 2004년 현금 배당금(10조1409억 원) 가운데 외국인이 챙긴 몫은 47%인 4조8322억 원으로 2003년(2조7044억 원)보다 78.6% 늘었다.

외국인 배당금이 전체 배당금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01년 31.3% △2002년 35.8% △ 2003년 37.4% 등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부작용 속출=최근 문제가 된 외국자본은 전체 가운데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정부와 금융권도 외국인투자가에 대한 과도한 경계는 자칫 금융시장을 침체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하지만 일부 외국자본의 편법 자금회수 행태는 도를 넘어섰다는 지적을 받는다.

투자 차익에 대한 세금 회피도 문제다. 뉴브리지캐피탈은 제일은행을 스탠다드차타드은행에 되팔면서 1조1500억 원의 차익을 남겼지만 세금을 한 푼도 안 낼 것으로 보인다.

칼라일도 미국 씨티그룹에 한미은행을 넘기면서 투자차익 7000억 원에 대한 세금을 전혀 내지 않았다.

이들 펀드는 조세피난처인 말레이시아 라부안에 등록돼 있어 이중과세방지협약에 따라 과세를 피해갈 수 있었다.

론스타는 서울 강남구 역삼동 스타타워빌딩을 싱가포르투자청에 팔면서 주식매각 형태로 처리해 합법적인 방법으로 2600억 원에 이르는 양도차익에 대한 세금을 내지 않았다.

고율 배당과 유상 감자(減資)로 기업을 빈껍데기로 만드는 사례도 많다.

BIH는 브릿지증권에 대한 유상 감자로 2002년 이후 총 1725억 원의 회사 돈을 빼내 갔고, 퀀텀인터내셔널펀드도 같은 방법으로 서울증권에 대한 투자금의 80%를 회수했다.

영국계 펀드인 헤르메스는 삼성물산에 대한 적대적 인수합병(M&A)을 통보한 뒤 바로 주식을 팔아 차익을 챙겼다.


고기정 기자 koh@donga.com

차지완 기자 c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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