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선들의 의정 1년 비망록]<1>한나라당 나경원 의원

  • 입력 2005년 4월 13일 18시 4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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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나경원 의원은 “행정중심복합도시법 등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한 법안 처리 과정에서 소신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한 것이 가장 아쉽다”며 1년간의 의정활동을 회고했다. 김동주 기자
한나라당 나경원 의원은 “행정중심복합도시법 등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한 법안 처리 과정에서 소신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한 것이 가장 아쉽다”며 1년간의 의정활동을 회고했다. 김동주 기자
《‘탄핵풍’ 속에 치러진 지난해 4·15 총선을 통해 17대 국회에 진입한 188명(당선자 기준)의 초선 의원들은 1년 동안 새내기로서 갖가지 시행착오를 겪었다. ‘젊은 국회’에 대한 국민의 기대와 현실의 벽 사이에서 고심해야 했던 이들의 육성고백을 들어본다.》

여야 간의 첨예한 대치 끝에 행정중심복합도시법 표결이 진행된 3월 2일 국회 본회의장.

한나라당 나경원(羅卿瑗) 의원은 전자투표기를 쳐다보고만 있었다. 회의장에 들어갈 때까지만 해도 ‘반대’를 찍겠다는 생각이 확고했다. 그러나 찬성 쪽으로 당론을 정한 당 지도부의 표정은 살벌했다.

‘그래도 내가 원내부대표인데 당론을 거슬러서야….’

나 의원은 한참을 망설이다 결국 ‘기권’을 선택했다. 한숨이 새나왔다.

초선 의원으로 국회에 첫 발을 내디딘 지 1년. 나 의원은 소신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한 것이 가장 아쉽다고 토로했다.

“내 목소리를 못 냈어요. 주저주저하면서 남의 의견을 따라갔죠. 딱 부러진 결정 대신 ‘장점은 어떻고 단점은 저렇다’는 식으로 말한 적이 많아요.”

지난해 5월 한나라당 당헌당규를 정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나 의원은 인터넷 투표로 최고위원을 선출하는 방식의 부작용을 우려했다. 그러나 몇몇 의원이 너무 강하게 밀어붙이는 분위기에 밀려 반대의견을 접었다.

“지난해 7월 공정거래법 개정안 통과를 막기 위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회의실 점거농성을 할 때였어요. 한 여당 의원이 ‘당신처럼 순한 사람이…. 억지로 등 떠밀려 온 것 아니냐’며 안쓰러워하더군요.”

나 의원은 지난해 국정감사 때 공무원과 시민단체가 뽑은 우수위원으로 선정됐다. 그러나 그는 ‘초치기의 결과’라고 부끄러워했다.

“5월에 국회가 개회했는데, 인기 있는 상임위에 가려는 의원들의 물밑 경쟁 때문에 배정이 지연돼 상임위 배정이 7월에 이뤄졌어요. 잘 모르는 정무위원회여서 업무 파악이 어려웠죠. 국감 전날 저녁 급하게 자료를 요청해서 어설프게 준비한 적도 있어요. 제가 닦달한 공무원들한테 미안한 마음이 듭니다.”

당시 “내가 일을 못 하기 때문에 전문성과 관계없는 상임위 배정을 받은 거냐”고 선배 의원들에게 묻자 “정치하면서 가만히 있으면 국물도 안 떨어진다”는 면박성 충고가 돌아왔다.

나 의원은 “국회에 여성 의원들이 많아졌지만 아직은 남성적인 시각 위주의 선입견이 남아있는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자신의 외모와 의정활동을 연결시키는 주변 시각 때문에 ‘얼짱 알레르기’에 걸렸던 것이 단적인 예. 이 때문에 한때는 방송 카메라를 피해 다니기도 했다.

그는 원내수석부대표를 비롯해 당내에서 10개 가까운 직함을 갖고 활동해 너무 바빴던 점도 의정활동의 깊이를 더하지 못한 원인이 된 것 같다고 털어놓았다. 나 의원은 “앞으로는 선택과 집중을 통해 전문성을 키우겠다”고 다짐했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나경원 의원은…▼

한나라당 17대 비례대표 초선 의원(42세).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뒤 사법시험에 합격해 판사 생활을 하다 2002년 이회창 대통령 후보 특보로 정치에 입문했다. ‘정치권의 얼짱’으로 불릴 만큼 빼어난 용모의 소유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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