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신입생 미달]위기 원인은

  • 입력 2005년 4월 11일 03시 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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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문제가 이처럼 심각해진 것은 무엇 때문일까. 1970년대 이후 고등교육 수요가 급격히 증가하면서 대학들이 마구잡이로 정원을 늘리고 교육과정을 특성화하지 않고 백화점식으로 운영한 책임을 피하기는 어렵다. 》

그러나 대학들은 정부가 1996년 도입한 대학설립준칙주의가 대학의 난립을 가져왔다고 성토하고 있다.

일정 요건만 갖추면 대학 허가를 내주는 준칙주의 도입 이후 대학 36개, 전문대 7개가 생겼다. 특히 종교재단이 운영하는 학교가 많이 생겼다.

지방의 S대 관계자는 “준칙주의와 정원 자율화 정책 이후 대학들이 증원 경쟁을 하는 등 방만한 학교 운영이 심해졌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교육인적자원부는 “준칙주의 도입 이후 학교가 많이 늘어나긴 했어도 편제 개선을 빼면 순수 신설학교는 22개이고 정원은 8700명으로 전체의 1.5%밖에 안 된다”며 책임을 대학 측에 돌렸다.

또 다른 대학에서 잘되고 있다 싶은 전공과목을 마구 개설해 대학 모두가 특성화하지 못하는 결과를 가져왔다는 것이 교육부의 주장이다.

한 전문대가 처음 설치한 애견학과가 인기를 끌자 너도나도 애견학과를 설치해 현재는 39개 대학이나 된다. 4년제 대학까지 애견학과를 만들자 거꾸로 폐과하는 전문대도 나오고 있다.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윤여송 대외협력실장은 “정부가 특성화를 강조하고 있지만 충실히 정부 방침을 따랐던 공업계 전문대의 타격이 심하다”며 “수업연한 전환 자율화 등을 통해 전문대가 설 자리를 마련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대가 낮은 수준의 기술교육을 한다는 인식 때문에 갈수록 입지가 좁아지면서 직업인력 양성의 한 축을 담당해 온 전문대의 정체성이 실종되고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따라서 전문대들은 3년제 학과 개설 등은 학장에게 자율권을 줘 산업수요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동원대학 이호웅 교수는 “4년제 대학의 실업고 출신 특별전형을 늘린 것도 전문대 위기를 심화시켰다”며 “교육부가 국립 천안공업대를 공주대와 통합시켜 국립 전문대를 모두 없앤 것은 전문대에 대한 인식 부족을 보여준 사례”라고 지적했다.

이인철 기자 inchu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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