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문석씨, 油田실패 다음달에 또 공기업 접근

  • 입력 2005년 4월 11일 03시 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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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문석(許文錫·71·한국크루드오일 대표) 씨가 지난해 철도청(현 한국철도공사)뿐만 아니라 대한광업진흥공사에도 대규모 투자사업을 제안한 것으로 밝혀져 주목된다.

허 씨가 ‘지질학 박사 및 유전 전문가’라고 스스로 밝힌 경력 하나만으로 주요 공기업들과 대형 투자사업을 논의하고, 진행한 것이 가능한 일이었는지 의문이 가시지 않는 것이다.

▽석연찮은 허 씨의 행적=허 씨가 광진공 사장을 찾아가 북한 예성강 모래채취사업을 제안한 것은 지난해 12월.

당시는 철도청의 러시아 유전사업 계약이 이미 파기된 상태였으며, 감사원이 철도청의 유전사업 투자과정 첩보를 입수해 은행 측에 자료 제출을 요구한 시기였다.

그뿐만 아니라 허 씨가 광진공에 제안했던 예성강 모래채취사업은 애당초 철도청과 공동으로 추진하다 무산됐던 사업이다. 철도청이 계약금 200만 달러를 11월 초까지 입금하지 못해 계약이 파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허 씨가 철도청과 추진하다 무산된 사업을 광진공을 찾아가 또 한번 제안한 셈이다.

그런데 허 씨는 광진공에 사업을 제안할 당시 사업제안서도 없이 지도만 하나 달랑 들고 가 모래사장이 몇 km에 걸쳐 있다는 식으로 장황하게 설명했다.

정상적으로 누군가의 소개나 지원 없이 생면부지의 공기업 사장에게 사업제안을 하려고 찾아갔다면 사업제안서도 없이 지도만 들고 갈 수 있었을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한편 광진공은 허 씨의 제안을 거절한 이후 최근까지 자체적으로 예성강 모래 운반 및 채취사업에 대해 내부 검토를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허 씨가 왕영용(王煐龍) 사업개발본부장을 비롯한 철도청 인사들과 어떻게 연결됐는지도 의문이다. 당사자들은 “그냥 전부터 알고 지내던 사이”라고만 밝혀 왔다.

이와 관련해 일부에서는 허 씨가 광진공을 찾아가 사장으로부터 북한사업단장을 소개받은 것처럼 철도청 고위 간부를 통해 왕 본부장을 소개받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허 씨가 국내외 정계 인사와의 친분을 스스로 내세워 인연을 맺었을 가능성과, 정계 인사들이 다리를 놓아 줬을 가능성 모두 배제할 수 없다.

▽정계 인사와의 친분 과시=허 씨는 2001년 대선을 앞두고 고교 동기인 이기명(李基明·69) 씨의 소개로 열린우리당 이광재(李光宰) 의원을 처음 소개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시 이 씨는 이 의원에게 “당신의 대학(Y대) 선배”라고 소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허 씨는 광진공 박양수(朴洋洙) 사장을 방문했을 때는 “D대를 다니다 미국 유학을 갔다”고 본인을 소개했다. 공교롭게도 D대는 이기명 씨의 출신 학교여서 허 씨가 왜 말을 바꿨는지 의문이다. 주변 사람들도 실제 그의 출신 대학이 어딘지 헷갈려 하고 있다.

허 씨는 국내뿐만 아니라 미국과 인도네시아 정계 인사와의 친분을 과시해 온 것으로 밝혀졌다.

광진공 박 사장은 “허 씨가 당시 ‘수실로 밤방 유도요노 인도네시아 대통령과 미국에서 함께 유학을 했는데, 취임식에 참석하기 위해 인도네시아를 가야 되니 결정을 서둘러 달라’고 재촉했다”고 밝혔다.

정원수 기자 needjung@donga.com

정세진 기자 mint4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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