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유방암…가슴이 살아야 여자가 산다<上>

  • 입력 2005년 4월 10일 18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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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방암 환자가 급속히 늘고 있다. 환자 수는 1996년 3801명에서 2002년 7551명으로 6년 사이 2배 가까이 늘었다. 유방암은 또 2001년부터 여성 암 발생률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유방암은 1, 2기에 발견하면 10년 생존율이 85∼90%에 이른다. 그러나 환자의 50% 정도에서 10년 내 재발하는 지독한 암이기도 하다. 유방암에 걸리면 여성의 상징인 유방 제거에 대한 공포심도 크다. 유방암에 대한 궁금증을 2회에 걸쳐 풀어본다.》

○ 왜 늘어나나…서구식 식단이 원인, 과일 야채 많이 먹어야

유방암의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출산기피, 만혼, 모유수유 감소가 유방암 증가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런 현상으로 인해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이 분비되는 시간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에스트로겐에 많이 노출될수록 유방암 발생률은 높다.

유방암에 가장 많이 걸리는 나이는 서양의 경우 50세 이후다. 그러나 한국 여성은 40대 중반이 가장 많다. 최근에는 20, 30대 젊은 환자도 부쩍 늘고 있다. 초경이 빨라지고 식단이 서구식으로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평소 과일과 야채, 섬유질이 풍부한 음식을 먹어주는 게 좋다.

‘젊은 유방암’이 한국에 많은 이유는 또 있다. 서양 여성의 유방은 조직이 물렁물렁하다. 그러나 한국 여성의 유방에는 단단한 유선조직이 많다. 그래서 ‘치밀 유방’이라 부른다. 치밀 유방일수록 암에 잘 걸리고 조기 발견이 어렵다는 연구결과가 나오고 있다.

직장에서 남성과 똑같이 야근하는 것도 유방암 증가의 원인이다. 최근 미 국립암연구소(NCI) 회보에는 주기적으로 야근하는 여성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가 실렸다. 그 결과 야근 기간이 3년 미만이면 40%, 그 이상이면 60% 유방암 위험이 증가했다. 밤에 불빛에 노출됨으로써 멜라토닌 분비가 줄고 에스트로겐 분비가 늘었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이 밖에 음주와 흡연, 장기간의 피임약 복용도 유방암의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 “유방에 혹이”…멍울의 80%는 단순한 혹, 함몰되면 일단 의심을

무심코 가슴을 만지다 종종 멍울이 발견된다. 이럴 때 대부분 “혹시 암이 아닐까”라며 전전긍긍한다. 그러나 그렇게 걱정할 일은 아니다. 한국 여성의 대부분은 치밀 유방이기 때문에 혹이나 멍울이 많이 생긴다. 게다가 이런 멍울의 80∼85%는 암이 아닌, 단순 혹일 뿐이다.

그러나 유방암을 의심해야 할 때도 있다. 부드럽던 부위에 갑자기 단단한 게 생겼다면 추이를 계속 지켜봐야 한다. 유방암 덩어리는 대체로 촉감이 딱딱하고 표면이 고르지 않으며 주변 조직과의 경계가 명확하지 않다.

또 일반 멍울과 달리 유방암 덩어리는 커지면서 바깥으로 돌출되거나 주변조직을 끌어당기면서 함몰된 것처럼 보인다. 림프절에까지 전이됐다면 겨드랑이에서도 멍울이 만져진다. 다만 통증은 대부분 느껴지지 않는다.

○ 조기발견하려면…30세 이후엔 매달 1회 자가진단을

30세 이후부터 매달 1회씩 자가진단을 하도록 한다. 보통 생리가 끝난 날로부터 1주일 후가 진단하기 좋은 날이다. 이 무렵이 되면 생리 때문에 뭉쳤던 유방조직이 자연스럽게 풀리기 때문.

먼저 멍울을 주의 깊게 보도록 한다. 이어 유두에서 노란색 액체나 피와 같은 분비물이 나오는지도 확인한다. 이럴 때 암일 가능성은 5∼10% 정도. 다만 유방암일 때는 분비물이 한쪽 가슴에서만 나오는 경우가 많다. 가능하면 병원에서 검사를 받도록 한다. 이 밖에도 암에 걸리면 양쪽 가슴의 크기가 갑자기 비대칭이 되거나 함몰 등 피부에 변화가 생긴다.

한국유방암학회는 35세 이후 2년마다 의사에게 유방 진찰을 받을 것을 권하고 있다. 또 40세 이후부터는 1, 2년 간격으로 유방 X선 촬영이나 유방초음파검사를 받도록 권하고 있다.

○ 암이면 유방 잘라내나…유방 보존하는 유방보존술 널리 시행

그렇지는 않다. 물론 과거에는 유방과 가슴근육, 겨드랑이 림프절까지 모두 잘라냈다. 그러나 최근에는 소매 없는 옷을 입었을 때 살짝 드러나는 겨드랑이 선까지 보호할 정도로 수술을 최소화하고 있다.

이는 최소절개, 최소방사선투여, 최소항암제투여로 ‘암을 친구처럼 지내면서 삶의 질을 높이는’ 세계적 흐름과 무관하지 않다.

이에 따라 유방을 온전히 보존하는 ‘유방보존술’도 널리 시행되고 있다. 이 수술은 과거에는 암 크기가 3cm 이하인 1, 2기 환자만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그러나 요즘에는 3, 4기 환자에게도 시행되고 있다. (도움말=한국유방암학회 정상설 이사장, 송병주 간사)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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