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검다리][배구]삼성화재 “또 우승해서 죄송”

  • 입력 2003년 12월 26일 17시 5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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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겨서 죄송합니다.”

‘코트의 우승 제조기’ 신치용 삼성화재 감독. 그는 25일 KT&G V투어2004 서울투어 남자부 결승에서 대한항공을 꺾고 우승한 뒤 “모든 사람들의 기대를 저버리고 이겨서 죄송하다”고 했다. 농담치고는 뼈가 있어 보인다. 왜 그랬을까.

그동안 삼성화재가 슈퍼리그를 7연패하자 배구인들은 남자배구가 발전하려면 삼성화재를 꺾는 팀이 나와야 한다고 생각했다. 보나마나 삼성화재가 이긴대서야 배구 코트에 팬이 모일 리 없으니까.

이날 대한항공이 세트스코어 2-2까지 가는 접전을 벌이자 모두들 ‘즐거운 이변’을 기대한 것도 그래서였다. 엄한주 배구협회 전무이사는 경기가 끝난 뒤 인터뷰에서 “삼성화재가 지기 바랐는데 아쉽다”고까지 했다.

그러나 신 감독 입장에선 이 같은 분위기가 기분 좋을 리 없다. 그는 “감독의 임무는 팀을 최강으로 이끄는 것이다. 주전 일부가 빠지긴 했지만 삼성화재가 쉽게 무너지지는 않을 것”이라며 불편한 속내를 드러내 보였다.

감독은 지기 싫고, 팬을 생각하면 져야 하고…. “이겨서 죄송하다”는 희한한 말이 이제 이해가 간다.

양종구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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