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비서실 개편]386 무더기 퇴진… ‘부산파’ 건재

  • 입력 2003년 12월 21일 19시 01분


코멘트
‘386의 퇴조와 부산파의 건재.’

21일 단행된 ‘2기 청와대’ 개편의 골자는 이같이 요약할 수 있다. 386 참모들이 대거 청와대에서 물러나고 문재인(文在寅)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 등 부산파가 새로운 중심축으로 부상하면서 앞으로의 권력 운용에도 적지 않은 변화가 초래될 조짐이다.

개편의 핵심인 정책실의 경우도 비서관을 △정책기획 △산업 △사회 등으로 나눠 이전 정부의 부처담당 수석제도를 사실상 부활함으로써 청와대의 부처 장악도 강화될 전망이다.

사임 또는 사의표명 비서관
윤훈렬 행사기획총선출마
서갑원 정무1
김현미 정무2
신봉호 정책조정학교복귀
박범계 법무총선출마
조광한 홍보기획추후결정
권영만 보도지원언론계복귀
송경희 국내언론연구활동복귀
이지현 외신담당NSC로 이동
양민호 민원제안추후결정
곽해곤 제도개선1
이정호 국가균형 우리당 부산선대위 참여

▽386 쇠퇴 vs 부산파 건재=이광재(李光宰) 전 대통령국정상황실장 사퇴에 이어 386 비서관들이 총선 출마 등으로 상당수 퇴진했다. 비서관급으로 남아 있는 386 참모는 윤태영(尹太瀛·대변인) 천호선(千皓宣·정무기획) 황이수(黃二秀·행사기획)씨 등에 불과하다. 이 전 실장의 처남인 이정호(李貞浩)씨는 대통령 직속기구인 국가균형발전위원회 비서관으로 일했으나 사표를 내고 열린우리당의 부산 선대본부에서 일하기로 했다.

반면 부산라인은 여전히 건재해 대조를 이룬다. 측근 관리를 잘못했다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민정수석비서관실은 거의 바뀌지 않았다. 대통령 핵심 측근인 문 수석과 이호철(李鎬喆) 민정비서관이 국정 운용에 영향력을 행사하면서 ‘핵심 실세’로 부상할 것임을 예고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부산파는 SK 비자금을 수수한 최도술(崔導術) 전 총무비서관만 중도 낙마했다.

▽‘총선 출마 없다더니’=노무현 대통령은 8월 청와대 개편 때 총선출마자를 대부분 내보내면서 더 이상의 출마자는 없을 것이라고 공언했다. 하지만 이번에 또다시 비서관 4명과 행정관 2명이 출사표를 냈다. 비서관 중에서는 서갑원(徐甲源·정무1)씨가 전남 순천, 박범계(朴範界·법무)씨가 대전 서구나 유성구 출마를 검토하고 있다. 윤훈열(尹薰烈·전 행사기획)씨는 영등포갑, 김현미(金賢美·정무2)씨는 전북 정읍에 출마하거나 비례대표 몫을 노리고 있다. 행정관 중에서는 김성진(金晟珍·의전)씨와 성재도(成在道·시민사회)씨가 각각 부산과 마산에서 출마한다. 홍보수석실의 경우 국내언론비서관에 언론노보 편집장을 지낸 양정철(楊正哲) 행정관을, 국정홍보비서관 겸 부대변인에는 미디어오늘 편집장 출신인 안영배(安榮培) 행정관을 각각 승진 발령해 총선을 의식한 ‘코드 인사’가 아니냐는 논란도 나온다.

▽정책실 부처 담당 체제로=청와대 안팎의 관측대로 정책실장에 박봉흠(朴奉欽) 기획예산처 장관이 오게 되면 부처 조율 기능이 대폭 강화될 전망이다. 정책수석 밑에 비서관 3자리를 △정책기획(거시경제 금융 재정) △산업정책(산업자원 해양수산 농림 건설교통) △사회(교육 문화 복지 노동 환경)비서관 등으로 나눈 것도 부처간 정책 조율에 청와대가 개입하겠다는 뜻이라는 시각이 많다. 대통령 국정과제가 정책기획위원회로 넘어가는 대신 정책실장은 대 국회관계 등 대외업무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앞으로는 예산집행 등 대 국회 설득에 정책실장이 나설 것이라는 분석이다.

▽비서관 교체로 쇄신될까=이번 개편은 총선 출마와 업무 평가 등으로 공석이 된 비서진 보충 차원에서 이뤄졌다. 이에 따라 “비서관 몇 명 교체로 청와대 쇄신이 되겠느냐”는 회의론도 없지 않다. 청와대 안팎에서 26일 개각 때 문희상(文喜相) 비서실장과 이정우(李廷雨) 정책실장 박주현(朴珠賢) 참여혁신수석 등의 거취에도 변동이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최영해기자 yhchoi65@donga.com

클릭하면 큰 이미지를 볼 수 있습니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