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예술]'현대미술운동총서'…난해한 현대미술 쉽게 술술

  • 입력 2003년 12월 19일 17시 1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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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미술운동총서(총12권) /빌린다 톰슨 외 지음 신방흔 외 번역/각권 80∼96쪽 각권 1만2000원 열화당

미술이 어렵다고들 한다. 감성적인 예술 장르여야 할 미술을 가슴뿐 아니라 머리로 이해해야 하는 시대이기 때문이다.

통상 19세기 말 전위적 미술운동으로 시작된 것으로 보는 ‘현대미술’은 르네상스 이래 계승되어 온 전통적 양식을 거부하고 ‘새롭고 실험적이며 혁신적인’ 방식을 추구해 왔다. 어떻게 그렸느냐보다 ‘왜’ 그렸느냐가 중요해지면서 미술은 이론과 철학의 옷을 입지 않고는 설명이 어려운 분야가 되어 버렸다.

1988년부터 5년여에 걸쳐 30권짜리 ‘20세기 미술운동총서’를 펴낸 바 있는 열화당이 이번에는 좀 더 캐주얼하면서도 쉽고 응집력 있는 미술운동총서 번역서를 내놓았다. 원본이 영국 테이트 모던(Tate Modern) 갤러리 출판부에서 낸 ‘Movement in Modern Art’라는 점이 눈길을 끈다.

옛 화력발전소 건물을 미술관으로 바꾼 테이트 모던 갤러리는 젊은 미술가들을 지원하는 ‘터너상(Turner Prize)’을 제정하고 현대미술품을 꾸준히 수집하는 등 전통과 역사에 짓눌린 영국 화단(畵壇)에 활기와 젊음을 가져다 준 현대미술의 메카다.

이 갤러리 전시기획자들은 전시뿐 아니라 현대미술의 대중화에도 관심을 가졌다.

권위와 실력을 갖춘 미술사학자, 미술잡지 편집자들로 팀을 구성해 만든 미술총서가 이번에 번역되어 나온 책들이다.

‘후기인상주의’ ‘큐비즘’ ‘표현주의’ ‘리얼리즘’ ‘모더니즘’ ‘추상미술’ ‘미래주의’ ‘초현실주의’ ‘미니멀리즘’ ‘개념미술’ ‘포스트모더니즘’ ‘팝 아트’ 등 19세기 말부터 20세기까지의 현대미술을 주도했던 미술운동 12개를 이즘(ism)으로 나눈 뒤 각각 시대별 흐름, 쟁점과 핵심주제를 일목요연하고 일관된 흐름으로 서술했다.

편안하고 알기 쉬운 미술이론 안내서라는 점에서 전공자뿐 아니라 일반 대중이 읽기에도 손색이 없다.

12권 모두 동일한 서술 형태를 취했다. 첫머리에는 해당 미술운동이 태동하게 되는 배경과 시대상황 등을 이전 시대나 동시대의 다른 미술운동과 연관지어 소개하고, 본문에서는 해당 미술운동의 내용을 정리한 뒤 결론 부분에서 남은 과제, 이후의 영향 등을 짚는 식이다.

권마다 세계 각지에 소장되어 있는 대표적인 현대미술 작품들을 다양하게 보여 줘 시각적 즐거움도 준다.

여기에 영국 현지 인쇄를 통한 깔끔하고 시원한 편집과 레이아웃, 가벼운 볼륨 등도 돋보인다.

강단과 전시기획 등 국내 현대미술 현장에서 활발하게 활동해온 소장학자들이 번역을 맡았다.

1997년에 시작된 이 시리즈는 2005년 초까지 ‘아르테 포베라(Arte Povera)’와 ‘추상표현주의(Abstract Expressionism)’편이 새로 추가돼 마무리된다.

허문명기자 angel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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