非理군납업체 별 출신 많다…3개社 예비역 6명 재직경험

  • 입력 2003년 12월 15일 18시 2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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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군납비리를 수사 중인 세 곳의 군납업체에 현직 국방부 고위관계자를 비롯한 예비역 장성들이 경영진으로 대거 참여했던 사실이 밝혀졌다. 특히 이들의 재직 시기가 군납비리가 발생한 때와 맞물려 있어 이들의 역할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본보 취재팀은 15일 군납비리로 구속된 정호영씨(49) 소유의 방위산업체 H사와 납품회사 H통신에 현직 국방부 고위관계자 A씨(57)와 예비역 육군 대장 B씨(66), 예비역 육군 준장 C씨(66), 예비역 육군 소장 D씨(60), 예비역 보안사 준장 E씨(61) 등이 등기부등본상 경영진에 올랐던 사실을 확인했다.

정씨는 1998년 12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저고도 대공화기인 오리콘포 사격통제장치 성능개량 사업과 관련해 국방품질관리소 이원형 전 소장(57·예비역 소장·구속)에게 2억3100만원을 준 혐의로 9일 구속됐으며 2000년 6월 천용택(千容宅·전 국방장관) 열린우리당 의원에게 수천만원을 건넨 혐의도 추가로 드러났다.

역시 뇌물공여 혐의로 구속된 이모씨(63)가 대표로 있던 아파치헬기 중개업체 A사에도 예비역 육군 소장 F씨(64)가 경영진으로 재직했던 사실이 밝혀졌다.

취재 결과 A씨는 1997년 육군 소장으로 예편한 뒤 1998년 말부터 2000년 초까지 H통신의 감사로 재직했다.

B씨는 H사에서 2002년 5월부터 올해 초까지 감사를 맡았고 이에 앞서 H통신에서 고문을 맡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C씨도 H사와 H통신에서 각각 대표이사와 이사를 맡았으며 근무 시기는 1993년부터 2003년 초까지다.

B씨와 C씨는 천 의원과 육사 동기생으로 H사 등에 재직하던 때가 천 의원이 국방장관(1998년 3월∼1999년 5월)과 국회 국방위원장(2000년 6월∼2002년 5월)이던 시기와 겹친다.

D씨 역시 2001년 10월부터 올 5월까지 H통신 대표이사, E씨도 1998년부터 올 5월까지 두 회사의 대표이사를 맡았다.

경찰은 이들 예비역 장성이 H사와 H통신에 근무하던 시기가 정씨가 군 관계자들을 상대로 활발히 로비를 펼칠 때와 겹치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정씨 회사에 전직 군 장성들이 많이 참여한 것은 이미 파악한 사실이지만 이들이 군납로비에 개입했는지는 아직 확인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한편 이들 예비역 장성은 명목상 경영진이었으며 실제 경영에 참여한 적도, 군납비리에 개입한 적도 없다고 밝혔다.

A씨는 “처음부터 H사가 무슨 회사인지도 몰랐으며 감사직에 있었지만 감사 역할을 한 적이 없다”면서 “회사에서 무기체계 추세에 대해 물어보면 답변해줬을 뿐 군을 상대로 알아보거나 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F씨는 “이씨와 교분이 있어 감사 임용을 하겠다고 하기에 인감을 빌려줬을 뿐”이라고 말했고 다른 예비역 장성들도 “이름만 걸어놨을 뿐 경영에는 참가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이헌진기자 mungchii@donga.com

김선우기자 sublime@donga.com

유재동기자 jarrett@donga.com

▼前現장성 2,3명 추가연루▼

군납 비리를 수사하고 있는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군납업체 H사 대표 정모씨(49)에게서 전·현직 군 장성 2, 3명이 돈을 받은 혐의를 포착해 경위를 파악하고 있다고 15일 밝혔다.

정씨는 저고도 대공화기인 오리콘포 사격통제장치 성능개량사업과 관련해 국방품질관리소 이원형(李원炯·57·예비역 소장) 전 소장에게 거액을 준 혐의로 9일 구속됐다.

경찰은 1999년부터 올해까지 정씨의 차명계좌 7, 8개의 자금흐름을 추적하다 일부 자금이 이들 군 장성에게 흘러들어간 사실을 발견했다.

이에 앞서 이 전 소장에게 돈을 준 혐의로 이미 전·현직 군 장성 2, 3명이 적발돼 조사 중인 상태여서 이 사건으로 수사선상에 오른 전·현직 군 장성은 4∼6명으로 늘어났다.

경찰 관계자는 “이들 군 관계자의 혐의를 파악한 뒤 현역은 군 검찰에 통보하고 예비역은 소환해 조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또 15일 오전 이 전 소장에게 돈을 준 혐의로 수중전파탐지장치 생산업체인 M사와 이 회사 사장 최모씨(53)의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경찰에 따르면 최씨는 지난해 3월경 이 전 소장에게 어뢰공격회피장비의 납품 편의를 봐달라며 수백만원을 건넨 혐의다.

이로써 군납 비리로 수사를 받고 있는 군납업체는 5개 업체로 확대됐으며 경찰은 이번 주 안에 2개 업체를 더 압수수색할 방침이다.

경찰은 이와 함께 1차 소환에 불응한 천용택(千容宅) 열린우리당 의원에게 이르면 17일경 2차 출석요구서를 보낼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경찰은 정씨가 이 전 소장에게 그동안 확인된 1억3100만원 외에도 2001년 4월경 두 차례에 걸쳐 현금 1억원을 추가로 건넨 사실을 확인하고 15일 정씨를 검찰에 송치했다.

이헌진기자 mungchii@donga.com

군납비리업체에 근무한 예비역 장성
해당인사출신근무회사근무기간직책
A씨육군 소장H통신1998년 말∼2000년 초감사
B씨육군 대장H사2002.5∼2003년 초감사
H통신?고문
C씨육군 준장H통신1993.7∼1999.7이사
H사1999.8∼2003년 초대표이사
D씨육군 소장H통신2001.10∼2003.5감사·이사·대표이사
E씨보안사 준장H사2000.11∼2003.5대표이사
H통신1998.5∼2000.10대표이사
F씨육군 소장A사?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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