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여론광장/아이들 살기좋은 부천 만들기

  • 입력 2003년 12월 12일 21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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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5세인 아들이 부쩍 “엄마 생각만 있어? 나도 생각이 있단 말이야”라고 항변한다.

이 때 “엄마가 다 경험해보고 하는 말이니까 하라는 대로 해”라며 아이를 몰아세우는 것은 무모한 짓이다. 한걸음 물러서서 아이의 생각이 무엇인지 들어보는 것이 최선이다. 아이들도 언제든지 자신의 모든 문제에 대해 ‘말할 권리’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얼마 전 인천의 한 어린이집 원장이 거짓말을 했다는 이유로 어린이의 입을 수세미로 닦는 등 처참할 정도의 신체적 학대를 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이런 일이 벌어지는 곳에서는 아이의 항변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는 공통점이 있다.

자살을 결심한 부모는 자식들이 고아로 남는 게 안쓰러워 함께 죽는다. 아이에게 아무런 이해도 구하지 않는다. 단지 ‘내가 낳은 자식’이라는 이유로 아이들은 어른의 처분에 맡겨져야 할 뿐이다.

유엔아동권리협약은 아동을 어른과 동등한, 고유한 인간으로서의 가치를 지닌 존재로 규정하고 권리의 주체로 이해한다. 아동의 생존과 보호, 발달, 참여를 위협하는 그 어떤 행위도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천명하고 있다.

아동의 권리가 침해당하는 곳은 아이가 생활하고 교육을 받는 공간인 각 지역사회일 수도 있다. 따라서 지역에서 아동권리 보호를 위한 상담과 구제절차를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부천에서는 2년 전부터 아동권리조례를 제정하기 위한 노력이 진행되고 있다. 이를 위해 최근 부천지역 아동의 생활환경 평가를 실시했다. 그 결과 학교 주변의 폭력을 두려워하고 자신이 원하는 수업을 듣지 못하며, 안심하고 놀 마땅한 장소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권리 침해에 대해 의논할 상대가 없다고 말했다.

부천은 지금 ‘아이들이 살기에 적합한 도시’를 만들 꿈에 부풀어 있다. 아동권리 증진을 위한 지역사회의 모델을 개발하는데 힘을 모으고 있다. 아동권리의 방패가 될 수 있는 조례 제정을 기대해보자.

황옥경(서울신학대 보육학과 교수·okhwang@st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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