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 前총재 결심 굳히고 시기 고민중”

  • 입력 2003년 12월 10일 18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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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홍사덕 원내총무가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옥인동 이회창 전 총재 집에서 나오고 있다. -사진제공 문화일보
한나라당 홍사덕 원내총무가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옥인동 이회창 전 총재 집에서 나오고 있다. -사진제공 문화일보
"결심은 했지만, 시기를 보고 있는 것 같다."

10일 이회창(李會昌) 전 한나라당 총재의 옥인동 자택을 다녀온 측근들은 이 전 총재의 최근 심정을 이렇게 전했다.

측근들은 이 전 총재가 결단의 시기를 놓고 고심 중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전 총재의 가족들은 편파적인 검찰 수사에 상당히 격앙돼 있다고도 했다. 그러나 측근들은 이 전 총재가 한 결심의 내용에 대해선 함구했다. 다만 대선자금에 대한 고해성사를 하되 노무현 대통령의 대선자금 부분도 함께 밝히는 방안을 다각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승민(劉承旼) 전 여의도연구소장은 "대응 시기를 무작정 끌지는 않겠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법적 대응 문제를 맡고 있는 정인봉(鄭寅鳳) 변호사는 8일 오후 이정락(李定洛) 전 개인후원회장을, 9일 오전 김영일(金榮馹) 전 사무총장을 잇달아 만났다. 당내에서는 이를 두고 대선자금 수사 문제를 협의한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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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수사의 칼끝이 이 전총재에게로 바싹 다가오면서 10일 옥인동 자택에는 측근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유 전 여의도연구소장, 이종구(李鍾九) 이병기(李丙琪) 전 특보 등이 옥인동을 찾아 대응책을 숙의했다. 홍사덕(洪思德) 총무는 이날 오전 예고 없이 이 전 총재를 방문, 한나라당의 대응책을 전달했다.

홍 총무는 이 전 총재에게 "검찰이 기업의 약점을 파악한 뒤 대선자금 건을 받아낸 것 같다"며 "노무현 캠프에 간 돈의 규모는 사실대로 수사되기 힘들 것 같아 큰 기대를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 전 총재는 별다른 말없이 듣기만 했다는 후문이다. 홍 총무는 이 전 총재가 세면을 하고 나올 때까지 장시간 거실에서 기다렸고 대화를 나눈 시간은 겨우 5분 정도에 불과했다. 한인옥 여사는 아예 만나지도 못했다고 홍 총무는 전했다.

홍 총무는 "이 전 총재의 표정이 어떻더냐"는 질문에 "상황이 이런데 좋을 리가 있겠느냐. 원래 마른 분인데 더 마른 것 같더라"고 말했다.

이 전 총재는 최근 신경이 예민해져 밤잠을 설치고 변비까지 겹쳐 고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0일 낮 측근들의 권유로 바깥바람을 쐬러 승용차에 시동까지 걸었다가 집밖의 취재진들을 보고는 취소했다는 후문이다.

한 측근은 "수사가 본격화된 후 유배생활이나 다름없다"며 "찾아오는 사람이 없을 때는 책을 보며 소일하고 있다"고 전했다.

박민혁기자 mh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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