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프로야구]보스턴의 ‘악동’ 김병현 사면초가

  • 입력 2003년 10월 6일 17시 3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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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현은 99년 미국 프로야구에 진출한 뒤 여러 차례 야구인생의 고비를 넘겨 왔다. 2001년 월드시리즈 4, 5차전에선 연달아 9회 악몽의 동점 투런홈런을 맞았다(사진). 마무리에서 선발투수로 전업한 올해엔 4월 30일 플로리다전 발목 부상 이후 등판 여부를 둘러싸고 애리조나 감독과 마찰을 빚어 보스턴으로 트레이드됐다. 보스턴 유니폼을 입은 뒤엔 19번의 세이브 기회에서 16번 성공시켰으나 끊임없이 극성팬들과 지역언론의 비난에 시달렸다.
김병현은 99년 미국 프로야구에 진출한 뒤 여러 차례 야구인생의 고비를 넘겨 왔다. 2001년 월드시리즈 4, 5차전에선 연달아 9회 악몽의 동점 투런홈런을 맞았다(사진). 마무리에서 선발투수로 전업한 올해엔 4월 30일 플로리다전 발목 부상 이후 등판 여부를 둘러싸고 애리조나 감독과 마찰을 빚어 보스턴으로 트레이드됐다. 보스턴 유니폼을 입은 뒤엔 19번의 세이브 기회에서 16번 성공시켰으나 끊임없이 극성팬들과 지역언론의 비난에 시달렸다.
팬을 모욕한 보스턴 레드삭스의 김병현(24)은 지금 ‘사면초가’.

관중석을 향해 가운뎃손가락을 올린 5일 사건 뒤 팬도 기자도 동료들도 다 그에게서 등을 돌리고 있다. 사태확산을 막기 위해 발 빠르게 사과문을 작성했던 구단은 아직은 김병현을 감싸고 있지만 그를 둘러싼 조짐은 심각하다.

애리조나로부터 그를 데려오는 데 가장 적극적이었던 테오 엡스타인 보스턴 단장은 보스턴 헤럴드와의 인터뷰에서 “김병현이 많이 후회하고 있으며 이번 일을 통해 많은 것을 배우게 될 것이다. 이미 발표한 사과 외의 추가적인 조치는 없을 것”이라고 6일 밝혔다.

하지만 김병현에게 거센 야유를 퍼부었던 보스턴 홈팬들의 분노는 여전하다. 보스턴 홈페이지(boston.redsox.mlb.com)에선 연이틀째 김병현에 대한 팬들의 ‘폭탄 메시지’가 수백개씩 올라오고 있다. 팬들의 의견을 자유롭게 적는 메시지 보드에 올라온 글의 대부분이 김병현과 관련된 내용.

“김병현과 트레이드된 셰이 힐렌브랜드를 다시 데려오라”(AZbrit)며 재트레이드를 주장하거나 “김병현과 가운뎃손가락을 (한국의) 집으로 돌려보내라”(stirkle)는 등 비난이 주를 이루고 있다. 일부 팬들은 인종차별적인 내용을 적어놓기도 했다.

팀내 입지도 점점 좁아지고 있다. 5일 오클랜드와의 아메리칸리그 디비전시리즈 3차전 1-1 동점이던 연장 11회 김병현이 “불펜피칭 도중 어깨가 뭉쳤다”며 등판지시를 거부한 것에 대해서도 비난여론이 일고 있다. 6일 김병현은 팀이 5-4로 역전한 9회 세이브 상황인데도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몸조차 풀지 않아 보스턴의 그래디 리틀 감독이 아예 등판시킬 계획이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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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빨간양말 “5차전서 결판내자”

그를 대신해 나선 스콧 윌리엄슨은 전날 1이닝 퍼펙트에 이어 이날도 2이닝 퍼펙트로 경기를 마무리 지어 코칭스태프와 동료들의 믿음을 단단히 사고 있다.

심기가 불편한 김병현은 6일 클럽하우스에서 한국 특파원들을 만나자 “미국 신문 보고 쓰라”며 인터뷰를 거절하기도 했다.

현재의 팀내 입지와 여론 등을 감안했을 때 김병현은 더 이상 보스턴에서 버티기 힘들 전망. 그의 에이전트인 제프 무라드는 325만달러인 김병현의 올해 연봉을 올 시즌 뒤 500만달러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었지만 현지 언론들은 ‘언감생심’이라는 반응이다.

보스턴은 스토브리그에서 방출이라는 ‘극단적인’ 방법 대신 트레이드 카드로 활용할 가능성이 크다. 비록 김병현이 애리조나 시절 감독과 마찰을 빚었고 이번에는 상상치 못한 일로 물의를 빚는 등 ‘악동’의 이미지를 갖게 됐지만 나이가 어린 데다 경쟁력이 있기 때문에 트레이드시장에서 여전히 매력적인 선수인 것은 분명하기 때문이다.

김상수기자 ssoo@donga.com

■국내 네티즌 반응

김병현의 ‘손가락 사건’을 보는 국내팬들의 시각은 어떨까.

“시원하다, 잘했다”는 목소리도 나오지만 “경솔했다”는 의견이 많은 편이다.

김병현 공식 홈페이지(www.bk51.com)에는 많은 충고가 올라왔다. ‘두꺼비’라는 한 팬은 “아직까지 큰 실패 없이 와서 그런지 항상 자기고집이 있는 것 같은데 한순간에 낭패를 볼 수 있으니 고집과 성질을 좀 자중하는 게 어떻겠느냐”고 걱정했다.

‘코리’라는 팬은 “앞으로 15년은 더 메이저리그에서 선수생활을 할 김병현 선수가 이런 일로 언론에 오르내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동아닷컴(www.donga.com)에도 “프로 선수는 실력이 아무리 좋아도 팬에게 어필되지 않으면 무용지물”(임채정), “누가 자기 월급 주는지 까먹었구먼…. 바로 그 관중이 자네 월급을 주는 거야”(goldan), “한국프로야구에서 외국용병이 그랬다면 어땠겠느냐”(sabatini)며 김병현을 나무라는 글이 많았다.

하지만 몇몇 팬은 “길 가다가 누가 시비 걸어 한 대 때렸을 경우 때린 사람만 잘못이냐”(yeri94)며 김병현을 옹호했다. 주유소를 운영한다는 한 팬은 “정당방위다. 기죽지 말고 당당하게 행동하라. 돈은 다시 벌면 되지만 사나이 자존심은 누가 만들어주지 않는다”며 파이팅을 외쳤다.

김상수기자 s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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