촉망 받던 유학파 성악가 음료회사에 독극물 협박

  • 입력 2003년 7월 31일 00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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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유학까지 다녀온 촉망받던 성악가이자 전직 대학 시간강사가 빚에 쪼들려 범죄자로 전락했다.

서울 남대문경찰서는 28일 서울의 한 음료회사에 전화를 걸어 “2억원을 내놓지 않으면 당신 회사에서 판매하는 음료에 독극물을 넣겠다”고 협박한 혐의(공갈미수)로 김모씨(38)에 대해 30일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김씨는 5년간 이탈리아 유학을 마치고 2000년 귀국해 그 다음해부터 모교인 지방의 K대에서 시간강사를 맡았다.

이후 국내에서 테너로서 실력을 인정받았으나 2001년 사업에 실패한 부친이 병으로 사망하면서 그의 인생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가세는 급격히 기울었지만 그의 수입은 한 달에 40여만원의 시간강사료와 약간의 성악 개인 레슨비가 전부였다.

성악가인 아내도 시간강사로 일해 돈을 보탰지만 넉넉한 생활에 익숙한 그의 씀씀이는 줄지 않았고 결국 지난해 아내는 그의 곁을 떠났다.

김씨는 이어 유명 성악가인 K대 A교수가 자신의 삼촌임을 내세운 뒤 동료 강사들에게 교수 채용에 힘써주겠다며 돈을 빌리기 시작해 빚은 2억여원으로 늘어났다.

지난해 12월 강사 자리를 잃은 데다 최근 살던 집에서 쫓겨나게 된 김씨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범행을 계획했다.

김씨는 경찰에서 “실제로 독극물을 넣을 생각은 전혀 없었고 돈에 쫓겨 내가 잠시 정신이 나갔던 것 같다”고 고개를 떨어뜨렸다.

전지원기자 podrag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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