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다자회담 주춤]北-美 시각차 커 中 회담중재 ‘소걸음’

  • 입력 2003년 7월 29일 18시 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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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 문제 협의차 중국을 방문했던 존 볼턴 미 국무부 군축 및 국제안보 담당 차관이 29일 오후 방중 일정을 마치고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하고 있다. -원대연기자
북핵 문제 협의차 중국을 방문했던 존 볼턴 미 국무부 군축 및 국제안보 담당 차관이 29일 오후 방중 일정을 마치고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하고 있다. -원대연기자
북한 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3자회담 후 다자회담’ 절차가 진전을 보이지 않자 미국이 북핵 문제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다루기 위해 회원국들과 접촉하는 등 ‘압박행보’에 나서고 있다.

리처드 바우처 미 국무부 대변인은 28일 정례 브리핑에서 “현재 정확한 사실은 북한이 한국과 일본을 포함한 다자회담을 수용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라며 북한이 다자회담에 응하지 않을 경우에 대비한 수순에 들어갔음을 시사했다.

이는 만일의 경우 유엔 안보리 의장성명, 대북 경제제재 돌입 등의 수순으로 움직이겠다는 뜻인 동시에 북한에 대해 다자회담에 빨리 나설 것을 촉구하는 메시지로 풀이되고 있다.

당초 중국이 다이빙궈(戴秉國) 외교부 부부장을 북한(7월12∼15일)과 미국(7월18∼19일)에 보내 적극적인 중재외교를 펼치자 미국측은 ‘3자회담 후 5자회담’이 곧 열릴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북한이 아직도 구체적인 입장 표명을 하지 않자 다이 부부장이 전한 방미 결과에 부정적인 대응을 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북한이 부정적인 입장을 갖고 있다고 판단할 근거는 없다는 게 한국 정부 당국자들의 설명이다.

정부 당국자는 29일 “중국은 다이 부부장의 방미 결과 및 미국의 입장을 방미 직후가 아닌 최근에야 북한에 전달했다”며 “따라서 현재로서는 북한이 미국의 제안에 대한 검토를 시작한 단계에 불과하다”고 일단 북한이 부정적 입장을 취하고 있다는 관측을 일축했다.

그렇다면 중국은 미국의 제안을 왜 뒤늦게 전달했을까. 정부의 한 소식통은 “북한과 미국간의 대화 중재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중국으로서는 미국의 제안 중에 북한으로서 받아들이기 곤란한 대목이 있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북-미 양측이 다자회담 형식과 불가침조약 문제에 대한 입장 차이로 쉽게 다자회담의 접점을 찾지 못하는 상황이 장기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점. 이럴 경우 8월 말이면 경수로사업 중단 문제가 현실화하고, 북핵 문제의 유엔 안보리 논의가 본격화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자칫 북핵 문제를 국제적 압력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미국 내 강경파들에게 힘을 실어주는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커지는 셈이다.

한편 이날 방한한 존 볼턴 미 국무부 군축 및 국제안보담당 차관은 미국이 북한 등을 겨냥해 추진하고 있는 대량살상무기(WMD) 확산방지구상(PSI)에 대해 “한국 정부와 PSI를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볼턴 차관은 또 “(북핵 논의와 다자회담 추진이) 상호보완적이라고 보기 때문에 두 문제를 유엔 안보리에서 다루는 게 적절하다고 본다”고 말해 북핵 문제의 안보리 회부를 계속 추진할 뜻을 내비쳤다.

워싱턴=권순택특파원 maypole@donga.com

김영식기자 spe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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