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집단소송 남발 막아야 한다

  • 입력 2003년 7월 24일 18시 3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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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 관련 집단소송법안이 여야 합의로 국회 법사위를 통과해 소액주주 보호에 획기적인 이정표가 마련됐다. 한국기업은 투명하지 않다는 대외 이미지를 개선하는 효과도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기업들은 이 제도의 ‘핵폭탄 같은 위력’에 긴장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집단소송을 당하면 기업이 문을 닫을 정도의 타격을 입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집단소송의 대상은 주가조작, 허위공시, 분식회계 등 기업이 당연히 해서는 안 되는 일들이다. 이런 불법행위를 근절하자는 것이 제도 도입의 취지인 만큼 기업들은 앞으로 살아남기 위해서라도 더욱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 매출이나 순익을 부풀려 투자자를 속이는 관행은 이제 설 땅이 없어졌다. 미국의 경우 소송의 절반 이상이 부실회계로 인한 것임을 감안할 때 기업회계시스템도 개선해야 한다.

문제는 소송이 남발될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경기가 나쁠 때는 투자자들이 주가 하락의 책임을 묻는 차원에서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미국에서는 1995년 이후 집단소송이 조금씩 늘어나다가 주가가 폭락한 2001년과 작년에 급격히 증가하는 추세를 보였다. 한 건의 집단소송으로도 기업의 사활이 걸릴 수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해서는 반드시 대책이 필요하다.

법안은 소송 남발을 막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뒀지만 이것만으로는 충분치 못하다. 법원이 집단소송 허가 여부를 결정하기 전에 전문성이 있는 감독당국의 심사를 거치도록 하자는 방안도 법안에 반영되지 않았다. 따라서 법원은 실제 제도를 시행하면서 직권조사 권한을 활용해 소송 허가 요건을 엄격히 적용해야 한다. 아직 시행까지 1년 정도 시간이 있으므로 법원은 전문성을 높이는 등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한다.

집단소송제는 기업이 소액주주에게 피해를 끼치는 행동을 못 하도록 사전에 억제하는 장점이 있다. 이왕 도입한 만큼 성공적인 제도 정착을 위해 소송남발이라는 부작용을 최대한 줄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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