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청와대 8월 개편, 대수술 각오를

  • 입력 2003년 7월 24일 18시 3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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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이 “요새 좀 괴롭고 힘들다”고 말했다. 국정이 마음먹은 대로 풀리지 않아 그랬을 것이다. 국민이 피부로 느끼는 국정 난맥은 노 대통령 말보다 심각하다. 정작 괴롭고 힘들어하는 것은 국민이라는 얘기다. 국정 난맥의 중심에 청와대가 있다는 것도 국민은 대개 짐작하고 있다.

여당 대표가 청와대를 정면 비판하면서 문책인사를 요구하고 나선 것도 정치적 동기와 상관없이 일반 정서를 대변하는 측면이 없지 않다. 이 같은 상황은 현 정권 출범 초부터 예견됐다. 실무 경험이나 정책 능력보다는 대선 기여도나 이념 성향을 기준으로 청와대 진용을 갖춰 전문성과 효율성에 대한 의문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동안 곳곳에서 구멍이 뚫렸다. 외국을 방문중인 대통령이 전화를 해도 받지 않는가 하면 국가기밀인 국가정보원 주요 간부의 사진을 공개하고, 새만금 간척사업 현장을 가족과 함께 헬기로 시찰하는 등 공직자로서의 기본이 의심스러운 청와대 비서진의 물의가 잇따랐다.

게다가 요즘은 청와대 386참모들이 여권 내 갈등의 핵으로 떠오르고 있다. 실체를 알 수 없는 음모론 공방도 차츰 이들에게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당정간 협의와 협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여당의 불만 또한 청와대의 독주에 따른 소외감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노 대통령도 뒤늦게 문제점을 인식하고 이달 초 ‘대선 공신 보상기간 6개월론’을 주장하면서 “항상 변화하고 반전하는 조직이 돼야 한다”고 강조해 8월 청와대 개편설을 예고했다. 그러나 최근 청와대에선 내년 총선 출마를 희망하는 사람만 내보내는 사실상 현상유지설이 흘러나오고 있어 고개를 갸웃하게 한다.

어지러운 국정 분위기는 물론 피곤한 민심을 일신하기 위해서도 청와대 대수술이 필요하다. 능력이 미치지 못하는 대선 공신은 모두 정치권으로 돌려보내고 경쟁력 있는 청와대로 새로 태어나야 한다. 대선 공신 보상기간뿐만 아니라 청와대 국정 실험도 6개월이면 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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