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 대선자금 공개제안]‘정치권 전체 물갈이’ 노린 공세

  • 입력 2003년 7월 21일 18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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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이 21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여야가 지난해 대통령선거 자금을 모두 공개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박경모기자
노무현 대통령이 21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여야가 지난해 대통령선거 자금을 모두 공개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박경모기자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21일 특별기자회견까지 갖고 지난해 대선자금 공개와 검증을 또다시 제기하고 나서자 노 대통령의 의도와 그 목표점이 어디인지를 두고 정치권 전체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15일 노 대통령이 문희상(文喜相) 비서실장을 통해 대선자금 공개를 제안했을 때만 해도 민주당 정대철(鄭大哲) 대표의 ‘200억원 조성’ 발언에 대한 야당의 공세를 받아치는 성격이 강했다. 그렇지만 이날 노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또다시 대선자금 공개 문제를 제기한 것은 방어 차원의 맞대응이 아니라, 현재의 정국을 ‘대선자금’ 국면으로 몰아가겠다는 공세적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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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욱이 민주당이 23일 먼저 대선자금을 공개하겠다고 결정함에 따라 공개 결과에 따라서는 그 파장이 어디까지 미칠지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노 대통령의 이날 제안에서 주목할 만한 대목은 대선자금의 철저한 검증을 위해 수사권이 있는 기관에서 조사해야 한다는 것과 면책문제에 있어서는 유보적인 태도를 보인 점이다. 단순한 ‘고백성사’ 차원이 아니라 현재의 여야 정치권 전체를 수사대상으로 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사법적 심판을 받는 것도 불가피하다는 점을 비친 셈이다. 이는 15일 회견에서 문 실장이 ‘면책’ 부분을 강조했던 것과는 다소 다른 모습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정치권 전체를 소용돌이 속으로 내모는 상황까지도 감수하겠다는 의지가 읽혀지는 대목이다. 그 때문인지 노 대통령이 정치권 재편의 동력을 ‘대선자금 전면공개’ 카드를 통해서 확보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 아니냐 하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민주당 내의 신당 논의가 지지부진할 뿐 아니라 굿모닝시티 로비의혹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가 진행되면서 노 대통령이 대선 당시 자신의 지지 세력이었던 민주당 내 주류에 전적으로 의지하기 어려운 상황이 올 수 있음을 인식하고 던진 ‘승부수’일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즉, 이번 대선자금 공개 제안은 민주당 주류 일부를 포함해 여야 정치권의 구(舊) 정치세력에 대한 선전포고이자 대선자금 검증 수사를 매개로 정치권 전체의 ‘빅뱅’을 노리고 있다는 얘기다.

특히 노 대통령이 굿모닝시티 로비의혹사건에 대해 “검찰이 흐지부지 수사를 하지 않을 것이다”고 언급한 것도 과거 불법적인 정치자금 조성 관행에 대해선 자신과 가까운 인사라도 그냥 넘어가지 않을 것이라는 우회적인 경고장을 던진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더구나 노 대통령은 이날 민주당의 대선자금 ‘선(先) 공개’에 대해서도 “실효가 없다”며 부정적인 태도를 보였다.

김정훈기자 jng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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