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예술]'울지 않는 늑대'…늑대가 포악하다고? 천만에!

  • 입력 2003년 7월 18일 17시 1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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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지 않는 늑대/팔리 모왓 지음 이한중 옮김/238쪽 9000원 돌베개

‘음흉하고 잔인한 사냥꾼.’

늑대에 대한 이미지는 부정적이며 적대적이다.

특히 북미지역에서 늑대는 순록을 무차별적으로 죽이는 파괴자로 여겨진다. 이 때문에 총 덫 청산가리를 이용하거나 심지어 스트리크닌(중추신경을 자극하는 유독물질)을 무차별 살포하는 늑대 사냥은 늘 정당화된다.

하지만 캐나다 저명작가이자 탐험가인 저자가 캐나다 북쪽 한 호숫가에서 1년여간 살면서 관찰한 늑대는 인간의 편견과는 완전히 다른 동물이었다.

캐나다 정부 야생동물보호국은 피에 굶주린 늑대가 해마다 수십명의 인간을 해치며 순록 수천마리를 도살한다는 제보를 확인하기 위해 얼어붙은 툰드라 지대에 저자를 파견했다. 그는 어른 늑대 3마리와 새끼 늑대 4마리로 구성된 늑대가족을 만나 가까운 곳에 텐트를 치고 끈질기게 그들을 관찰했다.

늑대는 ‘늑대 같은 남자’라는 의미의 ‘음흉함’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았다. 그들은 1부1처제를 고수하며 가족과 함께 자신의 영역에서 단란하게 사는 공동체 생활을 영위한다. 배우자가 일찍 죽은 경우엔 다른 가족에 편입돼 마음씨 좋은 ‘아저씨’나 ‘아줌마’ 역할을 한다.

순록을 사냥할 때도 배고픔을 면하는 것 이상의 사냥을 하지 않는다. 그들은 순록떼를 수마일이나 슬슬 따라가면서 여러 가지 테스트를 통해 약한 개체라고 확인된 것만을 골라 사냥한다. 늑대는 이 같은 사냥법을 통해 질병에 걸리거나 선천적으로 약한 순록을 제거, 장기적으로 순록떼의 건강성을 유지하는 데 도움을 준다.

정작 순록의 수를 격감시키는 장본인은 인간이었다. 이들은 모피나 벽에 거는 순록 머리 장식품을 얻기 위해 단번에 순록 수십마리를 무차별 살육한다. 사냥꾼과 장사꾼들은 자신의 죄를 늑대에게 뒤집어씌우고 있을 뿐이었다. ‘늑대가 순록떼 파괴의 주범’이라는 소문과 함께 포상금을 걸고 늑대 사냥을 독려한다. 한 사냥꾼은 1년 동안 118마리의 늑대를 사냥했고 그중 107마리는 그해 난 어린 새끼들이었다. 400년 전까지 24종의 늑대 가운데 7종은 유럽인의 이주 때 멸종됐고 나머지도 멸종에 가까운 상태다.

저자의 결론은 간단하다. ‘그들을 내버려두라.’ 순록이 없는 여름철, 늑대가 쥐 등 설치류만 먹고도 영양 상태가 좋을 수 있는지 알기 위해 장기간 늑대처럼 통째로(껍질만 빼고) 쥐를 먹은 저자의 프로정신에는 저절로 감탄사가 나온다.

서정보기자 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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