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와 세계]北核중재 ‘中國의 힘’ 보여줄까

  • 입력 2003년 7월 17일 18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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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핵문제를 둘러싼 한반도 위기가 고조됨에 따라 중국의 움직임에 국제사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미국의 강경파들이 대화보다는 압박과 봉쇄를 통한 북핵 문제 해결에 더 관심을 기울이고 있고 북한은 완강히 핵을 고집하고 있는 상황에서 양측을 설득, 대화를 중재하고 파국을 막을 수 있는 국가는 실질적으로 중국 밖에 없기 때문이다.한국과 일본 등도 나름대로 외교적 해결을 위해 노력하고 있으나 북-미 양국에 대한 영향력은 아무래도 중국보다는 제한적이다. 대북 제재와 대화를 통한 해결의 기로에 놓인 북핵 국면에서 중국의 역할이 ‘마지막 희망’으로 간주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북핵 국면이 위기로 치닫는 조짐을 보임에 따라 중국의 행보도 종전에 비해 빨라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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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12∼15일 다이빙궈(戴秉國) 외교부 부부장을 북한에 특사로 파견, 후진타오(胡錦濤) 주석의 친서를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에게 전달하고 북한에 다자회담을 수용하도록 설득한 것은 눈에 띄는 대목이다.

중국은 이에 앞서 3월 첸치천(錢其琛) 전 부총리를 백두산 삼지연에 보내 김 위원장에게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미국 중국과의 회담에 응하도록 종용했었다. 4월 23일부터 사흘간 베이징(北京)에서 열린 3자회담은 그 같은 외교적 노력의 성과였다.

눈에 띄는 것은 중국이 첸 부총리의 방북을 비밀에 부쳤던 것과는 달리 이번에 다이 부부장의 방북은 공개적으로 진행한 점이다. 평소 북한을 배려, 신중하고 눈에 띄지 않게 대북 접촉을 해온 중국이 대북 특사 파견을 공개한 것은 중국이 이제 북핵 문제에 본격적으로 발 벗고 나섰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한 외교 전문가는 “북한이 폐연료봉 재처리에 이어 핵무기까지 보유하는 상황이 초래될 경우엔 일본 대만 한국에서도 자위적 차원에서의 핵 보유 주장이 제기될 개연성이 있기 때문에 중국은 동북아지역의 핵 확산을 막기 위해서도 절대로 북핵을 인정할 수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북한 중앙통신이 16일 중국의 디젤유 1만t 대북지원 결정 소식을 전한 것은 중국의 대북 압력이란 관점에서 주목을 끈다. 중국이 2001년엔 3만t, 지난해엔 2만t의 디젤유를 북한에 지원한 것을 볼 때 올해 대북 지원량을 줄인 것은 에너지 공급을 핵문제 해결을 위한 대북 지렛대로 삼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중국이 올해 초 대북 원유공급을 일시 중단, 북한이 3자회담에 참여하도록 압박을 가했던 것과 유사한 방식이다.

한편 일부 학자들은 이라크가 유엔의 무기사찰을 허용했음에도 미국이 이라크를 공격한 사실을 북한이 두려워하고 있음을 지적, 북한이 미국의 핵사찰을 수용할 경우엔 미국의 대북공격이 없도록 중국이 안전을 보장하는 방안을 아이디어 차원에서 제시하고 있다.

그동안 북한의 버팀목 역할을 해온 중국이 북한의 체제안전을 보장한다면 북한이 궁극적으로 핵을 포기할 가능성이 있다는 논리이다.

이와 관련, 북한이 일단 중국이 이번에 제안한 다자회담 참여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것은 중국의 대북 영향력을 확인해준다. 그러나 대화가 진전을 보지 못할 경우 중국의 역할에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외교통상부의 한 당국자는 “중국이 미국과 북한 사이에서 양자택일을 해야 하는 최악의 상황이 온다면 중국은 미국 편에 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영식기자 spe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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