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렬 대표-홍사덕 총무 “손발이 왜이리 안맞지”

  • 입력 2003년 7월 17일 18시 4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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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범 3주째를 맞은 한나라당의 ‘최병렬(崔秉烈) 대표-홍사덕(洪思德) 원내총무’ 체제가 벌써부터 삐거덕거리고 있다.

주요 현안에 대한 대처방식을 둘러싸고 최 대표와 홍 총무간의 ‘불협화음’이 곳곳에서 터져나오고 있다. 그동안 최 대표와 홍 총무는 매일 오전 6시경 간단한 전화 접촉만으로 현안을 조율해 왔으나 시간이 갈수록 허점이 드러나고 있고, 이 같은 상황을 방치할 경우 새 지도부의 지도력을 의심받을지 모른다는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다.

결국 최 대표와 홍 총무, 이강두(李康斗) 정책위의장 등 지도부 3인과 박주천(朴柱千) 사무총장이 다음주부터 매일 공식회의가 시작되기 전인 오전 8시반에 비공개 미팅을 갖기로 했다. 이는 불협화음을 줄이기 위한 것이지만 제대로 될지는 미지수다.

최 대표와 홍 총무 두 사람의 갈등은 대북송금 특검법 처리 과정에서 처음 불거지기 시작했다. 홍 총무가 8일 기존 당론을 뒤집고 ‘150억+α’로 수사 대상을 한정한 특검법안의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통과를 주도한 것이 발단이 됐다. 소속 의원들은 불만을 터뜨렸다.

최 대표도 기자들에게 “섭섭했다. 사전에 나에게 한마디만 해줬으면 이렇게 됐겠느냐”고 홍 총무의 일처리 방식을 정면으로 문제삼았다. 때마침 국회 정보위원회를 통해 알려진 북한의 핵 고폭실험 실태를 ‘사정 변경의 명분’으로 삼아 다시 수사범위를 대폭 확대한 특검법 재수정안을 만들어 홍 총무의 한정특검법안을 백지화했지만 당과 새 지도부의 이미지는 크게 떨어졌다. 특검법 재수정안은 15일 국회 본회의에서 가결됐다.

‘뜨거운 감자’인 외국인 고용허가제 관련 법안의 ‘미숙한 처리’도 대표적인 예. 홍 총무는 15일 이 법안이 환경노동위원회와 법사위를 통과함에 따라 당일 오후 본회의 상정을 시도했으나 ‘예상치 못한’ 당내 의원들의 반발로 법안 처리를 유보시키는 실수를 저질렀다.

최 대표는 이날 저녁 이회창(李會昌) 전 총재 빙모상 빈소에서 이강두 정책위의장에게 “홍 총무 좀 잡으세요”라며 흥분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최 대표 주변에선 “홍 총무가 실수했다기보다는 무슨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며 정면으로 문제를 삼아야 한다는 강경한 목소리까지 흘러나왔다.

이에 홍 총무는 기자들에게 “환노위와 법사위를 거친 만큼 사전 절충이 된 줄 알았는데 제대로 확인하지 못한 나의 실책을 인정한다”고 한 발 물러섰다.

그러나 당 일각에선 최 대표의 조정능력에 대한 비판론도 없지 않다.

정연욱기자 jyw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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