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우리 때문에 후세인 놓쳤다고?”

  • 입력 2003년 7월 14일 19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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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산더 버시보 러시아 주재 미국 대사(사진)의 잇단 ‘튀는 언동’에 러시아 정부가 발끈하고 있다.

알렉산드르 야코벤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13일 “버시보 대사의 최근 발언은 주재국 대사로는 적절치 못했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러시아 외무부의 성명은 버시보 대사가 12일 러시아 인테르팍스통신과의 회견에서 “이라크전 당시 러시아가 사담 후세인 일가의 소재에 대한 정보를 미국에 제공할 수도 있었다”고 우회적으로 불만을 드러낸 데 대해 경고하는 뜻이 담겨 있다.

버시보 대사는 이날 인터뷰에서 또 “현재 바그다드에 있는 이라크 주재 러시아 대사관을 외교사절로 인정할 수 없기 때문에 미군이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고 말했다. 후세인 정권이 붕괴했기 때문에 과거의 외교관계는 효력이 없다는 논리다.

이에 대해 러시아 하원의 드미트리 로고진 국제관계위원장은 “러시아는 후세인 정권 이전부터 이라크와 수교하고 있었다”며 “미국의 주장은 국제법에도 어긋난다”고 맹비난했다.

러시아를 자극하는 버시보 대사의 발언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주 크렘린과 러시아 재계가 몇몇 재벌기업과 총수에 대한 검찰 조사를 둘러싸고 갈등을 빚자 버시보 대사는 “미국 투자자들이 불안해 한다”며 사건의 진상을 공개하라고 러시아 정부에 요구했다. 이는 ‘주재국 내정에 대한 간섭’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그러나 버시보 대사는 검찰 조사를 받고 풀려난 유코스 석유회사의 미하일 호도로프스키 회장을 면담해 은근히 재벌측을 편드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모스크바=김기현특파원 kimki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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