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원금 한도 현실화… 위반땐 엄벌” 盧대통령 法개정 지시

  • 입력 2003년 7월 14일 18시 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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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정대철(鄭大哲) 대표의 거액 수수사건에 대해 침묵을 지켜오던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정치개혁’을 그 답으로 내놓았다.

13일 저녁 문희상(文喜相) 비서실장, 유인태(柳寅泰) 정무수석, 문재인(文在寅) 민정수석을 관저로 불러 3시간 반 동안 ‘방담(放談)’ 형식으로 대화를 나눈 자리에서 노 대통령은 “지금의 정치자금법에서 자유로운 사람이 누가 있겠느냐”며 정치개혁 추진을 지시했다.

여기에는 정 대표 사건을 바라보는 노 대통령의 시각이 깔려 있다. 이번 정치자금 수수사건이 부도덕한 범죄행위라기보다는 정치현실과 법제도가 일치하지 않는 괴리에서 발생한 불가피한 상황이라는 시각이다. 이날 관저 모임에서 노 대통령은 정 대표 문제에 대해 매우 안타까워했다고 참석자들은 전했다.

노 대통령은 이날 정 대표의 ‘대선자금 200억원 모금’ 발언에 대해서도 “왜 그런 얘기를 했답니까”라고 물었고, 유 수석이 “경황 중에 별 뜻 없이 했다고 합니다”라고 답변하자 그냥 넘어갔다고 한다.

노 대통령이 염두에 두고 있는 정치관계법 개정 방향은 크게 세 가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우선 정치자금법은 정치인이 실제로 지킬 수 있도록 후원금 모금 한도를 현실화하되 투명성을 높이고, 위반시 엄벌한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당 대표 및 후보 출마자의 경선자금 모금을 제도화하고, 현재 후원금 모금이 불가능한 지방선거 출마자 및 정치신인에게도 정치자금을 모을 수 있는 길을 열어주는 방안도 들어 있다.

선거법은 특정 정당이 특정 지역에서 3분의 2 이상 의석을 독점할 수 없도록 정당명부 비례대표제 등을 도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당법은 실질적인 상향식 공천제 도입 등 당원과 국민이 정당의 각종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토록 하는 방안을 마련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노 대통령은 이런 정치개혁 구상을 올 하반기 정기국회 시정연설 등을 통해 구체적으로 제안하고, 내년 총선은 새로운 틀로 치를 것을 촉구한다는 복안이다. 여기에는 ‘정치개혁’을 화두로 삼아 정치권의 변화를 이끌어내고, 자연스럽게 신당 추진세력의 결집을 측면 지원하겠다는 의도도 담긴 듯하다.

한편 노 대통령의 13일 발언에 대해 한나라당은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정 대표 사건의 진상 규명을 희석시키려는 ‘물타기용’이 아니냐”는 의구심을 나타냈고, 민주당은 현행 정치자금제도의 비현실성을 부각시키며 환영했다.

김정훈기자 jng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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