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전재준 회장의 ‘아름다운 공원’

  • 입력 2003년 7월 13일 18시 3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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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억원대의 공장 부지를 이웃 주민들을 위한 공원용지로 제공한 삼덕제지 전재준 회장은 부(富)의 사회 환원과 ‘환경 사랑’의 정신에서 우리 사회의 귀감이 될 만하다.

수도권의 도심에서 공장을 뜯어 지방으로 이전하는 것 하나만으로도 정부의 장려와 지역사회의 칭송을 받을 만하다. 그런데 작은 자투리땅도 아니고 엄청난 개발이익이 예상되는 주거지역 내 공장 부지를 선뜻 공원 터로 내놓는 일은 가족이기주의의 울타리 안에 사는 범상한 사람들로서는 실천하기 어려운 일이다.

전체 인구의 절반이 몰려 사는 수도권에서 민관(民官) 모두 개발이익에만 눈이 어두워 아파트가 밀집한 주거지역에도 숲과 휴식공간이 갖춰진 공원은 드물다. 수도권 지방자치단체들도 공공기관 이전으로 빈 땅이 생기면 예산 타령이나 하며 건설업자들에게 팔아넘기기에 바쁘다. 이렇게 삭막한 도시에서 너른 사유지를 공원용지로 내놓은 전 회장의 선행은 환경의 소중함을 깨우쳐 준 측면에서 더욱 값지다.

전 회장이 소음과 먼지를 참아준 주민들에게 보상하는 뜻에서 공장용지를 돌려주겠다고 말한 것도 지역사회 주민과 기업의 관계에 대해 여러 가지를 생각나게 한다. 아무도 떠나는 기업주에게 공장 부지 제공을 요구할 권리는 없다. 그러나 공장 설립 이후 42년 동안 주민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품고 있었던 그는 기꺼이 땅을 내놓았다. 지역사회 주민과 생산업체의 관계가 삼덕제지 같기만 하다면 우리 사회에서 님비 같은 소모적 갈등의 총량이 훨씬 줄어들 것이다.

불우이웃돕기 성금으로 사재 370억원을 쾌척한 강태원옹은 며칠 전 하늘로 떠나며 부자로 죽는 일은 부끄러운 일이라는 가르침을 남겼다. 이번에는 팔순의 전 회장이 두 차례나 가족회의를 열어 금싸라기 땅을 안양시민들의 공원으로 희사하는 결단을 내렸다. 전 회장이 지역주민들에게 제공한 땅이 우리 사회에서 자선과 환경의 소중함을 깨우쳐 주는 아름다운 공원이 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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