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규모 창업자, 대기업식 '체험 마케팅' 확산

  • 입력 2003년 7월 10일 17시 3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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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으로 소비심리가 얼어붙자 고객들에게 상품을 체험하도록 해 고객을 확보하는 ‘체험 마케팅’ 전략을 쓰는 소규모 창업자들이 늘고 있다. 참숯 체험방으로 월 700만원이 넘는 순수입을 올리고 있는 ‘고향참숯’ 경기 부천시 원미점. 사진제공 한국창업전략연구소
불황으로 소비심리가 얼어붙자 고객들에게 상품을 체험하도록 해 고객을 확보하는 ‘체험 마케팅’ 전략을 쓰는 소규모 창업자들이 늘고 있다. 참숯 체험방으로 월 700만원이 넘는 순수입을 올리고 있는 ‘고향참숯’ 경기 부천시 원미점. 사진제공 한국창업전략연구소
《불황으로 소비심리가 얼어붙어 지갑을 열지 않는 소비자들이 많아지자 소비심리를 자극하기 위해 체험 마케팅 전략을 쓰는 소규모 점포들이 늘고 있다. 체험 마케팅이란 소비자가 직접 물건을 사용하도록 해 소비자들의 구매 욕구를 자극하는 전략. 종전에는 주로 대기업들이 많이 시도했지만 불황이 장기화되면서 소규모 창업자들도 체험 마케팅을 통해 매출을 늘리고 있다.》

▽체험 마케팅으로 불황을 뚫는다=대구에서 건강원을 운영하는 성명희씨(45·여)는 체험 마케팅의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흑염소 홍삼 잉어 호박 등의 건강즙을 판매하는 건강원은 값이 비싼 기호식품이기 때문에 경기 상황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

성씨는 경기 침체로 매출이 줄자 전단지 홍보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보고 건강즙을 만들어 인근 주택가를 돌며 고객들에게 무료 시음 기회를 줬다. 이와 함께 고객들을 장뇌 농장 현장으로 초대해 장뇌를 캐볼 수 있는 이벤트를 마련했다. 휴일에 가족들과 농장을 찾아 주말을 보내고 건강도 챙길 수 있어 신청자들이 줄을 이었다.

이 같은 체험 마케팅을 실시한 뒤 주문이 밀리면서 종전에 1000만원 수준이던 월 매출이 4000만원으로 뛰었다. 순수입은 월 1200만∼1600만원.

경기 부천시 원미구에서 참숯 체험방을 운영하는 김은자씨(44·여)는 사업 시작부터 체험 마케팅을 중요한 전략으로 채택했다. 김씨가 운영하는 ‘고향참숯’ 부천 원미점 점포에는 5평 규모의 무료 체험방이 꾸며져 있다. 숯으로 만든 바닥, 벽, 천장이 설치된 이곳에서 고객들은 숯의 효능을 직접 체험할 수 있다. 숯팩 마사지도 해 주면서 숯화장품에 대한 홍보 효과도 높였다. 또 숯주방기구를 이용해 고기를 구워서 동네 사람들에게 대접하기도 했다.김씨는 이런 체험 마케팅 덕분에 비슷한 다른 점포에 비해 훨씬 높은 월 700만∼800만원의 순수입을 올리고 있다. 초기 투자비는 7000만원.

▽교육사업도 체험 마케팅 인기=교육사업은 무형의 상품을 판매하기 때문에 교육효과를 몰라 등록을 망설이는 고객이 적지 않다. 이 때문에 최근에는 체험 마케팅을 도입하는 소규모 학원, 교습소, 홈스쿨 등도 늘고 있다. 일단 교육체험 기회를 준 뒤 회원 가입을 유도하는 것.

주산식 암산교육 전문점인 예스셈의 경우 청강 제도와 인터넷을 이용한 체험 강의를 실시해 학부모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서울 잠실에서 이 사업을 하는 변미섭씨(42)는 청강 학습을 통해 손쉽게 회원을 모집하고 있다. 변씨는 누구든지 관심 있는 고객에게 무료 청강 기회를 주고 있으며 인터넷 사이트에도 체험 강좌를 개설했다. 처음에는 부담을 느끼는 고객이 많았지만 이용자들이 점점 늘었고 교육의 품질을 체험한 청강 학생의 90% 이상이 회원으로 가입했다.

전북 전주시에서 외국인 교사가 가정을 방문해 영어를 가르치는 ‘에듀타운’을 운영하고 있는 안선호씨(36). 사업 초기에는 외국인이 집으로 온다는 점에 부담을 느끼는 고객들 때문에 고민이 많았다. 그러다 아이디어를 낸 것이 인터넷을 통한 교육체험 프로그램이었다.

인터넷 홈페이지에 ‘샘플 스터디’ 코너를 만들어 영어를 잘하지 못해도 외국인과 쉽고 재미있게 영어를 배울 수 있다는 걸 느끼게 한 것. 체험용 샘플 스터디는 영어동화, 영어노래, 일상 회화 표현 등 실제 강의 중 진행되는 내용을 플래시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해 아이들이 쉽게 외국인 교사를 따라 하고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현재 전체 회원 중 40%가 샘플 스터디와 샘플 현장수업을 이용한 뒤 가입을 결정했다.

안씨는 가맹비 2500만원, 보증금 1500만원 등 5000만원을 투자해 현재 월 700만원의 순수입을 올리고 있다.

▽신사업일수록 효과 높다=고객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낯선 사업이나 신사업일수록 체험 마케팅의 효과는 높다. 경기 광주시에 사는 최순옥씨(36·여)는 ‘국 배달’이라는 아직은 낯선 사업의 벽을 체험 마케팅으로 뚫었다. 홍보 전단을 돌렸지만 고객의 반응이 없어 막막했던 최씨는 일단 고객이 맛을 보게 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체험 마케팅 아이디어를 냈다. 홍보 전단에 시식용 국을 첨부해서 돌렸던 것. 아파트 상가 앞에서도 주부들을 대상으로 시식용 국을 나눠 줬다. 일단 무료라는 점에서 고객들이 부담을 느끼지 않기 때문에 고객들에게 상품을 설명하고 접근하기가 한결 편했다고 한다. 국에 대한 설명과 종류, 배달 시간, 다른 전문점과의 차이 등을 위주로 홍보를 해 나갔다. 시식용 국에 대한 반응도 좋아서 80% 정도는 맛을 본 후 주문을 해 오고 있다. 시식 후 인터넷을 통해 손쉽게 주문할 수 있게 한 것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최씨는 1000만원의 창업 비용을 들여 현재 100여명의 회원을 관리하면서 월 320만원의 매출, 200만원의 순수입을 올리고 있다.

신치영기자 higgledy@donga.com

▼체험 마케팅 성공 전략 10계명 ▼

1. 무료 체험 이벤트 도중 제품을 강매해서는 안 된다.

2. 체험 마케팅은 판매에 목적을 두기보다 고객에게 접근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3. 상시적으로 실시하기보다는 비수기나 계절이 바뀔 때 한시적으로 제공하는 것이 좋다.

4. 공짜라고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니다. 때론 100% 무료보다 가격을 할인하는 것이 좋다.

5. 체험 마케팅을 할 때 설문조사를 하면 고객의 원하는 것을 파악할 수 있다.

6. 상품 정보를 자세히 전달하면 효과를 높일 수 있다.

7. 사전에 철저하게 계획을 세워 실시해야 한다.

8. 체인 가맹점이라면 본사의 적극적인 협력을 구하는 게 좋다.

9. 무료 체험기회를 주지 않더라도 영업점을 매력적으로 연출하면 고객을 자극할 수 있다.

10. 현수막, 전단 등을 활용해 체험기회 제공 사실을 적극적으로 홍보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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