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北 평북 고폭실험 5년동안 고의은폐 의혹

  • 입력 2003년 7월 10일 06시 4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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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북한이 핵무기 개발을 위한 필수 단계인 고폭 실험을 계속하고 있다는 사실을 김대중(金大中) 정부 초기인 98년 4월부터 파악하고 있었던 것으로 9일 드러났다. 고폭 실험은 핵무기의 뇌관이라 할 수 있는 핵 기폭장치 개발을 위한 고성능 폭발실험을 말한다.

국가정보원은 이날 고영구(高泳耉) 국정원장이 출석한 국회 정보위에서 “북한이 평북 구성시 용덕동에서 고폭 실험을 실시하고 있는 것을 파악하고 추적 중에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고 정보위 관계자들이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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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사실은 “북한이 고폭 실험을 했다는 구체적 증거는 확인된 게 없다”는 그동안의 정부측 해명과 다른 것으로 5년간 고의로 정보를 은폐해 왔다는 논란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국정원은 이날 “북한은 80년 초부터 평북 영변에서 고폭 실험을 시작해 94년 제네바합의 이후 이를 중단했다가 97년부터 영변의 북서쪽 40km 지점에 있는 용덕동에서 실험을 재개해 지난해 9월까지 70여 차례 고폭 실험을 실시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보고했다.

북한이 97년부터 지난해 9월까지 고폭 실험을 계속했다는 사실은 김대중 정부의 햇볕정책에도 불구하고 핵무기 개발 의지를 포기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이다.

국정원은 또 “올 4월 말부터 5월 초에 영변의 핵 재처리시설에서 핵을 재처리할 때 발생하는 소량의 증기를 포착했다”며 “8000여개의 폐연료봉 가운데 일부를 재처리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우리 정부가 영변 핵시설의 폐연료봉 재처리 의혹을 공식 확인한 것도 처음이다. 이는 “미 중앙정보국(CIA)이 북핵 문제에 대한 종전의 정보 판단을 수정하고 북한이 핵무기 제조에 필요한 플루토늄을 만드는 폐연료봉 재처리작업을 시작한 것으로 믿고 있다”는 최근 워싱턴 타임스 보도를 뒷받침하는 것이다.

국정원은 이와 함께 “북한이 미사일 탑재용 핵무기 개발을 위해 중국 일본에서 필요한 부품을 수입하고 이를 이용해 핵개발을 계속해 왔다”며 “그러나 아직 미사일 장착이 가능한 수준의 소형화 경량화된 핵무기를 제조하는 수준에는 이르지 못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보위의 한 의원은 “고 원장이 지난달 말 미국을 방문해 CIA측과 북한 핵개발 저지를 위해 원심분리기 등 필수 장비 도입을 막기 위한 국제공조를 강화하자는 데 합의했고 북한의 핵무기 개발 능력과 현황에 대해서도 인식을 같이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한편 국정원은 일부 외신에 보도됐던 북한의 핵물리학자 경원하(慶元河) 박사의 망명설과 관련해 “경 박사는 북한에 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성원기자 sw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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