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금리 급등…“증시에 藥될까”

  • 입력 2003년 7월 8일 18시 14분


코멘트
《미국 일본 등 세계 주요국들의 지표금리가 빠르게 오르고 있다. 각국의 10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지난달 12일과 13일 잇달아 바닥을 찍은 뒤 이달 4일까지 일본 0.66%포인트, 미국 0.54%포인트, 독일 0.44%포인트씩 일제히 올랐다. 이 같은 국제 금리 상승세의 영향으로 한국의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도 최근 꾸준히 올라 8일 4.28%로 5월 26일 이후 가장 높았다.》

증권가는 최근의 금리 상승(채권가격 하락)을 지난 3년여 동안 채권시장으로만 흘러들어가던 투자자금이 주식시장으로 돌아오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장기금리가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오르면 세계 경제는 자금난이 여전한 가운데 부동산 거품이 꺼지고 소비 위축에 따른 금융 부실화를 빚을 우려가 있다.


▽금리 급등 배경=안전자산인 채권은 오히려 불황에서 진가를 발휘한다. 최근 채권시장 약세에는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가 주 요인이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6월 말 금리를 0.25%포인트 내리면서 디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를 내비쳤다. 하지만 채권시장 참여자들은 과열된 국고채 위주의 채권시장에서 손을 떼고 있다. 주식 투자자들은 잇따르는 과열 경고를 무릅쓰고 증시로 달려들어 각국 주가를 연일 연중 최고치로 올려놓고 있다.

결과는 채권 스프레드가 줄어들지 않는 가운데 주가와 국고채 금리의 동반 상승으로 나타나고 있다. 경기회복 징후가 뚜렷이 나타나지 않고 있는 데다 돈줄이 여전히 막혀 있는 가운데 국고채 시장에서 주식시장으로의 자금 이동이 본격화하고 있는 조짐이다.

▽금리 급등 영향=금리 급등은 내수 침체와 금융 부실화를 초래할 것으로 우려된다.

한화증권 홍춘욱 투자전략팀장은 “채권가격 폭락에 따른 금융 부실화는 최근 일본에서 심각한 수준으로 전개되고 있다”고 말했다. 총 자산의 16.6%를 채권으로 보유중인 일본 금융기관은 최근 금리 상승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최근 일본 증시에서 금융주 폭락세는 이를 반영하고 있다는 것.

금리 급등세는 또한 저금리 하에서 내구재, 서비스 및 부동산에 대한 왕성한 수요로 경기를 지탱해온 2000년 이후 성장전략에 차질을 가져올 것으로 우려된다.

이는 특히 한국에 적용되는 문제다. 지난해 3월 말 가계신용잔고가 439조원으로 1997년 말에 비해 2배 남짓 늘어난 상황에서 금리 상승은 가계 파산과 부동산 거품 붕괴를 낳을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이다.

▽금리 및 주가 전망=홍 팀장은 “한두 달간의 선진국 채권시장 움직임은 앞으로 주가 및 경기 전망을 판가름할 중요한 신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실적장세(‘대세상승장’)는 금리가 완만하게 오르면서 주가도 함께 상승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금리 상승 폭이 지나치게 크면 오히려 경기회복이 지연돼 주가의 대세상승 시도가 무산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피데스투자자문 김한진 상무는 “한국과 일본은 채권시장을 중심으로 한 신용경색이 가시지 않은 가운데 뭉칫돈이 국고채시장과 주식시장을 넘나들면서 주가와 채권값의 변동폭을 크게 하고 있다”면서 “경기회복 신호가 강하게 나오되 투기등급 회사채와 주식시장에 자금이 골고루 흘러들어가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철용기자 lcy@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