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흥행은 떼논 당상" …드라마 '인터넷소설 끌어안기'

  • 입력 2003년 7월 1일 17시 31분


코멘트
인터넷소설이 TV 드라마로 바뀌고 있다. 청춘남녀의 동거를 코믹하게 엮은 MBC ‘옥탑방 고양이’. 사진제공 MBC
인터넷소설이 TV 드라마로 바뀌고 있다. 청춘남녀의 동거를 코믹하게 엮은 MBC ‘옥탑방 고양이’. 사진제공 MBC
인터넷 소설이 스크린에 이어 TV로 넘어오고 있다.

MBC는 지난달 2일부터 국내 처음으로 인터넷 소설을 원작으로 한 월화 미니시리즈 ‘옥탑방 고양이’(16부작)를 방송하고 있다. 6일부터는 또다른 인터넷 소설 ‘1%의 어떤 것’을 옮긴 동명의 일요 로맨스극장을 방송한다.

인터넷 소설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들이 이어지는 이유는 뭘까.

○소설 자체가 각본

▼관련기사▼

-MBC드라마 '1%의 어떤 것' 강동원

인터넷 소설은 조회수가 얼마냐가 관건. ‘클릭’ 수가 떨어지면 소설이 끝날 수밖에 없다. 재미를 인정받으려면 조회수 1만회 이상은 기록해야 한다. 이런 ‘클릭’의 시장 논리는 방송으로 치면 시청률. 결국 드라마화되는 인터넷 소설은 일정팬층을 확보해 드라마의 흥행을 담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인터넷 소설은 독자가 매회 리플(댓글)로 반응을 표시하는 등 ‘성적표’가 곧장 나오므로 매순간 흥미진진해야 한다. 따라서 서사나 묘사보다 감칠맛나는 대화 위주로 진행된다. 소설 속 대화는 드라마 대사로 쉽게 변환될 수 있다. 인터넷 소설은 심지어 서사도 대화(또는 독백)식으로 진행돼 각색이 쉽다.

‘미야가 나를 버리고 도망가는 게 옆눈으로 보였다. 먹여주고 키워줬는데, 은혜도 모르고 말이지. 쿨쩍∼! T∧T;’(소설 ‘옥탑방 고양이’ 중)

또 -_-;(겸연쩍음) @o@(놀라움) 등 부호(이모티콘)를 사용한 얼굴 표정 묘사는 인터넷 글의 특징이다. 이는 각본의 지문을 대신하는 표현이며 독자의 자연스러운 상상을 이끄는 시각 장치다.

○기존 드라마를 비틀다

인터넷 소설은 10대 독자 위주이기 때문에 순정 만화의 성격을 벗어나기 어렵다. 그러나 인터넷의 하이틴 로맨스는 기존 드라마의 인물 설정과 상황 전개를 뒤집으며 오프라인 소설들을 조롱한다.

소설 ‘1%의 어떤 것’은 신데렐라 이야기다. 그러나 왕자(재벌 3세)는 사랑을 구걸하고 신데렐라(평범한 중학교 여교사)는 계속 도망친다. 왕자의 할아버지(재벌회장)는 두 사람의 결혼을 반대하기는커녕 “그 여자와 결혼을 못하면 아무 것도 물려주지 않겠다”고 선언한다.

심지어 “그 여자에게 모든 재산을 상속할 것이니 어떻게든 그 여자의 비위를 맞춰서 결혼하라”고 강요한다. 이는 현실감이 떨어지지만, 드라마의 주시청층인 주부들이 ‘선택받는 신데렐라’ 스토리에서 벗어나 ‘왕자’에 대한 능동적이고 가학적 욕구를 대리만족하게 되는 장치라고 드라마 제작진은 설명했다.

또 소설 ‘옥탑방 고양이’는 ‘동거’라는 민감한 문제를 로맨틱 코미디라는 순치된 장르로 다루면서 드라마에는 일종의 ‘면죄부’를 준다. ‘동거는 옳은 것인가 그른 것인가’와 같은 본질적 문제를 비껴간다.

문학평론가 김동식씨는 “성적 교감이 가능한 20대 남녀의 동거를 다루면서도 섹스 코드를 최대한 자제하고 마치 소꿉장난을 하는 듯한 낭만성을 자아내는 것이 이 소설과 드라마의 장점이자 단점”이라고 말했다.

○소설과 드라마가 함께 ‘큰다’

드라마 ‘옥탑방 고양이’는 남녀 주인공이 △옥탑방에 산다는 것 △동거한다는 것 △제목이 ‘옥탑방 고양이’라는 것 등 3가지를 제외하고는 원작과 같은 것이 없다.

프로그램 제작진은 “인터넷에서 검증받은 소설의 제목과 큰 설정을 ‘산’ 것”이라며 “원작 덕분에 드라마가 쉽게 알려지고, 드라마가 뜨면서 오프라인으로 출간된 소설도 판매가 늘어나는 상승 효과를 거두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1%의 어떤 것’은 원작 소설의 인물과 내용이 드라마에 거의 그대로 옮겨왔다. 이런 경우 드라마의 인기에 따라 출판 소설 등이 더불어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승재기자 sjda@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