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완씨 채권 거래자 "경찰에서 구속 협박" 청와대에 진정

  • 입력 2003년 7월 1일 06시 37분


코멘트
김영완씨(50·해외체류)가 강탈당한 제1종 국민주택채권을 현금화하려던 장물아비 2명이 서울 명동 S상사 A씨를 찾아간 것은 3월. 당시 김씨는 최초 구입자가 드러나 있어 자금출처 파악이 가능한 이 채권의 회수에 혈안이 돼 있었다.

당시 장물아비들은 A씨에게 204장의 제1종 국민주택채권(액면가 19억600만원)을 싸게 팔겠다고 제의했다. 채권시장에서 자금출처가 의심스러운, 강탈당한 채권이 돌고 있다는 소문을 들었던 A씨는 이들이 내놓은 채권의 도난신고 여부를 조회한 뒤 바로 서울 서대문경찰서에 신고했다.

▼관련기사▼
- "김영완 채권 수사民願 청와대가 묵살"

그러나 경찰은 장물아비에 대한 신원 확보보다는 장물이 ‘김영완 도난채권’인지를 먼저 물어왔고 채권원본 회수에만 관심을 보였다는 것. A씨는 서대문서에 여러 차례 진정을 내 엄정한 수사를 촉구했지만 서대문서는 오히려 ‘구속하겠다’며 자신을 협박까지 했다고 주장했다.

이 때문에 A씨는 3월31일 원본 채권과 민원서를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실 사정비서관실에 접수하게 됐다는 것. 민원서에서 A씨는 원본 채권들이 ‘어떤 사람(5공 인사 자제라는 설이 있다는 설명을 부연했음)이 정치자금으로 사용할 목적으로 보관 중이던 수백억원대의 강도당한 자금의 일부’라며 업무처리 과정에서 이 같은 사실을 알게 됐다고 적었다.

그는 또 경찰서에 여러 차례 신고를 했고 수사를 촉구했지만 담당 형사 등이 오히려 ‘불쾌하다’는 반응만 보였기 때문에 사정비서관실에 신고했다고 밝혔다. 여러 가지 정황으로 볼 때 당시 경찰 상층부에서 뒤를 봐주거나 직접 연루됐을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생각했다는 게 A씨의 설명이다. 특히 자신이 채권 원본을 소지하고 있을 경우 ‘괘씸죄로 처벌될 수 있다’고 판단해 부득이 채권 증서를 사정비서관실로 보내니 엄정하게 처리한 뒤에 그 결과를 통보해 달라고 요구했다.

게다가 A씨는 사정비서관실에서 경찰의 수사 축소 의혹 등에 관한 구체적인 자료를 요청하면 나중에 추가 제출하겠다는 의사까지 표현했다.

그러나 사정비서관실은 서울지방경찰청에 보낸 공문에서 ‘우리 실이 검토한 바’라고 적어, 이 사건 경위에 대해 서울청이나 서대문서를 통해 조사한 뒤 A씨가 적시하지 않은 ‘서대문서’를 굳이 지목해 채권 원본까지 넘긴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사고 있다.

이런 정황을 놓고 볼 때 대통령 사정비서관실은 최소한 이번 사건의 개요와 담당 경찰서를 파악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사정비서관실은 ‘경찰 자체 비리’나 정치자금과 관련된 범죄 수사 첩보를 입수했을 경우 주로 검찰 혹은 경찰청 특수수사과에 하명, 수사토록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 후 사정비서관실이 서대문서에 민원서와 함께 채권 원본까지 보냄에 따라 김씨는 이 채권을 되찾을 수 있었다. 이 때문에 특별검사 수사 착수 전에 밝혀질 수도 있었던 ‘현대 비자금 150억원 미스터리’는 수사당국의 감시망을 피해 나갈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조인직기자 cij1999@donga.com

김재영기자 jaykim@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