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 파업 나흘째]"公社돼도 연금유지" "法무시한 특혜요구"

  • 입력 2003년 6월 30일 18시 37분


코멘트
사흘째를 맞고 있는 철도파업이 좀처럼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더 이상 노조와의 협상은 없다”며 ‘백기항복’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철도노조가 입법화 철회를 요구한 ‘철도산업발전기본법’과 ‘한국철도시설공단법’ 등 2개 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함에 따라 파업의 명분도 사라졌다고 판단하고 있다.

반면 철도노조는 5∼10명씩 모여 농성을 진행하는 ‘산개(散開)농성’을 전국 수백곳에서 벌이면서 실력행사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다.

이처럼 양측이 한치의 양보도 없이 버티는 것은 양측의 견해가 크게 다른 데다 이번 파업의 결과가 7월 내내 예정된 ‘하투(夏鬪)’의 수위를 결정하는 기준점이 될 수 있다는 정부와 노동계의 판단 때문이다.

▽핵심은 철도공무원의 연금 보장=그동안 철도노조는 ‘철도산업발전기본법’과 ‘한국철도시설공단법’의 입법화를 중단해줄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30일 2개 법안이 통과됐지만 노조는 파업을 계속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는 이 같은 요구가 표면적인 것일 뿐 본질적으로는 이번 입법 과정에서 유보된 ‘한국철도공사법’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정부가 철도청을 공사화(公社化)하더라도 직원의 연금을 승계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내려는 의도였음을 입증한다.

공무원연금은 현행법상 근무 연수 20년이 안 된 공무원은 받을 수 없다. 따라서 근무 연수가 20년 미만인 직원은 앞으로 공사 근무 경력에 합쳐져 퇴직금 형태로 지급받아야 한다. 20년이 넘어도 33년에 미달하면 퇴직 후 연금은 받지만 공무원으로 남는 것에 비해서는 불리한 셈. 이 때문에 연금에 관한 한 계속 공무원 신분인 상태와 다름없게 처리해 달라는 요구다.

하지만 정부는 “공무원연금법의 기반을 흔드는 특례 요구”라며 “다른 업종에 미칠 영향 때문에라도 요구를 들어줄 수 없다”고 반박했다. 다만 연말 국민연금법을 개정할 때 반영해 국민연금으로 승계하는 방안은 검토할 방침이다.

▽고속철도 건설 부채 처리도 문제=철도노조는 또 고속철도 부채 7조원을 정부가 전액 인수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철도공사나 공단이 부채를 떠안으면 부채 상환 부담 때문에 철도차량과 서비스 향상을 위한 투자가 어렵고 철도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서도 정부는 “부채를 정부가 인수하는 것은 국민의 부담으로 이어지고 수익자 부담원칙에도 어긋난다”며 반대하고 있다.

정부는 또 “당초 고속철도건설사업을 추진할 때 전체 사업비 중 정부 재정으로 35%를 충당하고 나머지 65%는 자체 조달하기로 돼 있다”며 “정부가 최근 10년간 매년 3000억∼4000억원을 지원했고 구조개혁시 경영부채 1조7000억원을 인수해주기로 한 상황에서 이 같은 요구는 지나치다”고 지적했다.

고속철도 부채(2004년 4월 기준)는 시설부채 6조8000억원, 차량구입 등 운영부채 4조3000억원 등 모두 11조1000억원 규모다.

▽업무영역 조정도 논란=철도노조는 내년 1월 발족할 한국철도시설공단과 철도청이 공사로 전환해 출범할 한국철도공사의 업무영역과 관련해 철도의 유지보수 업무를 철도공사에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또 철도운영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확보하기 위해선 한국방송공사(KBS)와 같은 특수공사 형태로 설립해줄 것을 주장했다.

이에 대해 건교부는 철도 유지보수는 업무의 효율성을 고려할 때 시설분야에 통합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보고 있다. 또 특수공사 설립은 방송법인이나 금융법인 등과 같은 특수 상황에만 허용되는 것이어서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철도 파업 나흘째
철도노조정부
철도구조개혁법안 입법 중단불가-3개 법안 중 2개 법안 국회 본회의 통과함.
연금 및 퇴직금 불이익 방지 보장유보-법안에 반영은 곤란. 다만 국무총리실에서 연금제도 개혁 방안 검토 중.
고속철도 건설부채 정부 인수불가-고속철도 운영수익금으로 부채 정리키로 돼 있음.
특별법 적용 및 공공철도이사회 구성불가-특별법 적용 어렵고, 한국에 사례 없음. 노조의 경영권 장악 의도여서 수용하기 어려움.
철도개량사업부문을 운영에 통합불가-개량은 시설공단에, 유지보수부문은 운영에 각각 분리 통합 처리하는 게 효율적임.

황재성기자 jsonh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