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성교수의 뇌의 신비]출산은 두뇌개발 촉진제

  • 입력 2003년 6월 29일 17시 3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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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출산율은 자꾸만 떨어져 요즘은 자녀수가 1.3명에 불과하다. 여성이 독신으로 지내든, 결혼 후 아기를 갖지 않든, 이는 엄연한 개인의 자유이니 어쩔 도리가 없다. 하지만 나는 여기서 여성이 아이를 낳아야 하는 이유 한 가지를 제시하고 싶다. 어쩌면 아이를 낳음으로써 당신의 머리가 좋아질지도 모른다.

실험에 의하면 한 번도 새끼를 낳은 적이 없는 암컷 쥐에 비해 새끼를 낳은 쥐는 미로 찾기를 더 잘 한다. 게다가 새끼를 한 마리 낳은 쥐보다 여러 마리를 낳아 기른 쥐가 더욱 잘한다. 이처럼 새끼를 낳고 기르면 머리가 좋아지는 비밀은 뇌 안에서 증가하는 옥시토신에 있다는 주장이 최근 제기되었다.

일본 오카야마 대학의 도미자와 교수팀은 한번도 새끼를 낳은 적이 없는 암컷 쥐의 뇌에 옥시토신을 주사해 보았다. 그러자 그 쥐는 미로 찾기 능력이 향상되었다. 이때 옥시토신의 반응을 저해하는 물질을 함께 주사하면 물론 이런 효과가 사라졌다.

그들은 또한 쥐의 해마(기억 형성에 관여하는 뇌 부위)조직 절편에 옥시토신을 가해 보았는데 이때 기억 촉진 물질 CREB가 증가한다는 사실을 확인하였다. 출산 및 육아 시 암컷의 뇌에 증가하는 옥시토신은 이런 식으로 기억 능력을 향상시키는 것 같다.

진화론적으로 새끼를 낳아 기를 때 어미 쥐의 머리가 좋아져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도 오랜 임신과 출산 때문에 어미는 양실조 상태일 것이다. 게다가 이제부터는 새끼까지 먹여 살려야 한다. 이런 상태에서 자연은 어미의 공간적 기억력을 향상시켜 먹이 찾기에 유리하도록 만들었을 것이다.

수컷 쥐의 뇌에도 성행위 후 옥시토신이 증가하지만, 그 역할은 암컷과는 좀 다른 것 같다. 옥시토신이 생길 수 없도록 유전적 조작을 가한 생쥐 수컷은 자신과 교미한 암컷 쥐를 만나도 이 암컷을 몰라보며, 또한 이 쥐에 대해 무관심해진다.

미시간 주립대의 브리드러브 교수는 옥시토신은 암컷의 공간적 기억을 향상시키지만 수컷에서는 사교적 기억을 향상시킨다고 주장한다. 아마도 옥시토신은 남자에게는 사랑의 호르몬, 여자에게는 두뇌의 호르몬일 수도 있다.

김종성 울산대 서울아산병원 신경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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