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소비-투자 곤두박질…외환위기후 처음

  • 입력 2003년 6월 27일 18시 3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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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위기로 경기가 극도로 침체됐던 1998년 10월 이후 처음으로 생산 소비 설비투자가 일제히 줄었다.

또 출하(出荷)는 줄고 재고는 늘었으며 경기 동행지수와 선행지수가 동시에 내리막곡선을 그렸다. 통계청이 발표하는 각종 산업활동지표 가운데 긍정적인 것은 건설투자가 유일했다.

27일 통계청이 발표한 ‘5월 산업활동 동향’에 따르면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와 화물연대 파업, 조업일수 단축 등의 영향으로 산업생산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9% 줄었다. 산업생산이 감소한 것은 지난해 2월 이후 15개월 만에 처음이다.

모피를 포함한 의복산업과 섬유산업은 생산 감소율이 각각 30.9%와 14.9%로 두 자릿수를 나타냈다.

생산자제품 출하지수는 1년 전에 비해 2.2% 떨어졌고 생산자제품 재고지수는 12.5% 올라갔다. 5월 재고증가율은 2001년 4월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불황 속에서도 76%선을 웃돌던 평균가동률도 2001년 12월 이후 가장 낮은 73.9%까지 급락했다.

생산지표가 이처럼 한꺼번에 나빠진 데는 자동차산업의 부진이 가장 큰 영향을 줬다고 통계청은 설명했다.

도소매판매는 4년 반 만에 최악의 수준으로 떨어졌다.

전년 동월 대비 도소매판매 증가율을 보면 2월 ―1.8%, 3월 ―3.0%, 4월 ―4.3%, 5월 ―4.6% 등으로 내수 침체가 갈수록 심화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특히 자동차 판매는 20.7% 감소했다.

불경기 속에서 ‘알뜰구매 심리’가 확산되면서 대형할인점 매출은 8.5% 증가, 눈길을 끌었다.

설비투자는 8.9% 줄어 21개월 만에 가장 큰 폭의 감소세를 나타냈다.

건설투자는 실적부문이 16.4%, 수주부문이 37.0% 늘어나는 등 호경기를 누렸다.

현재의 경기 국면을 보여주는 경기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98.4로 전월보다 0.7포인트 낮아지는 등 넉달 연속 내리막길을 걸었다.

김민경(金民卿) 통계청 경제통계국장은 “3∼10개월 뒤의 경기흐름을 예고해주는 경기선행지수의 전년 동월비도 ―0.8%로 전월보다 0.9%포인트 낮아졌다”면서 “단기간 안에 경기가 회복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천광암기자 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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