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생태낙원'이 된 수몰지구

  • 입력 2003년 6월 26일 21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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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암호 본 댐에서 상류 쪽으로 약 5km를 거슬러 올라가면 나타나는 전남 순천시 주암면 대광리 용문계곡 일대는 전국의 댐 수몰지역 가운데 처음으로 대규모 생태복원사업이 진행중이다.

25일 이 사업 제안자로 실무를 맡고 있는 전남대 오준성(吳俊成·55·지구시스템공학과) 교수와 함께 돌아 본 20여 만평의 이 계곡에는 ‘생태낙원’이 조성되고 있었다.

옛날 호랑이가 살았다는 모후산을 배경으로 펼쳐진 이곳 풍경은 언뜻 보기에 유채꽃과 비슷한 노란 캐모마일 군락에 곳곳에 둘러쳐진 돌담과 방문객을 감싸고 춤추는 총천연색 나비떼 등 제주도에 견줘도 손색이 없을 만했다. 손으로 그냥 떠서 먹어도 될 만큼 맑은 계곡물은 여러 식물군락이 자리한 계단식 초지와 부들 창포 등 수생식물이 심어진 20여 곳의 인공습지(지름 20m안팎의 연못)와 도랑을 거치면서 주암호로 흘러들고 있었다.이 습지에서는 다슬기와 가재와 소금쟁이 반딧불이 등을 쉽게 찾을 수 있어 이 지역 생태계가 이미 안정단계에 접어든 사실을 실감할 수 있다.

이 생태복원 사업은 “댐 상류의 논밭에 농사를 지을 경우 농약 비료 등에 의한 수질오염이 불가피한 만큼 이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투자를 통해 친환경적 생태환경으로 바꿔줘야 한다”는 오 교수의 제안에 따라 2001년 시작됐다.

2005년까지 환경부지원금 6억3000만원 등 모두 28억여원이 들어가는 이 사업은 올해부터 풀꽃지구, 나무꽃지구, 곤충서식지구, 수변지구, 자원식물지 등이 윤곽을 드러내면서 이곳을 방문한 환경부 등의 관계자들이 그 필요성에 고개를 끄덕이고 있다.

오 교수는 앞으로 전국의 학생 관광객들이 즐겨 찾을 수 있는 자연생태 학습장을 만드는 등 현지 주민과 공생하는 방안을 찾고 있다. 그러나 당장 올해 전남도의 예산확보마저 벽에 부딪쳐 국비(4억4000만원)까지 사장될 위기에 처해 애를 태우고 있다. 그는 “거의 일년 내내 바닥을 드러내는 상류 불모지에 인공습지와 수생식물을 가꾸고 호수바닥에 자갈과 모래를 깔아 물길을 내 항상 물이 흐르도록 하면 획기적인 수질개선효과가 나타난다”며 “이 방식이 다른 수몰지역에도 도입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광주=김권기자 goqu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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