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리뷰]'첫사랑 사수 궐기대회'…"첫사랑, 포기 못한데이"

  • 입력 2003년 6월 26일 17시 3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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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오! 해피데이’가 장나라의 원맨쇼였듯, 영화 ‘첫사랑 사수 궐기대회’는 차태현의 영화다. 열성팬들에겐 차태현의 ‘오버 액션’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고등학생 태일(차태현)은 어렸을 때부터 함께 자란 일매(손예진)를 좋아한다. 일매는 공부도 잘하고 얼굴도 예쁜 이웃 여고의 ‘퀸카’. 일매의 아버지 영달(유동근)은 태일의 담임 교사다. 공부엔 관심없고 싸움질이나 하는 태일의 마음을 잡아주기 위해 영달은 “일매만큼만 성적을 올리면 결혼시켜주겠다”고 약속한다. 이 때부터 첫사랑을 사수하기 위한 태일의 불굴의 노력이 시작된다.

‘차태현의 원맨쇼’라고 말하는 것은 영화를 이끄는 유일한 힘이 차태현의 연기이기 때문이다. PD 출신의 오종록 감독이 시나리오 집필 단계부터 차태현을 태일역에 낙점했다. 일매의 일거수 일투족에 울고 웃는 철부지 태일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차태현이 아니면 누가 저 배역을 소화할 수 있을까’하는 의문이 생길 정도다.

그러나 이 영화의 문제는 ‘영화’라기보다 ‘쇼’에 가깝다는데 있다. 스토리는 차태현이 넘어지고 자빠지는 등 볼거리를 제공하기 위한 구색에 불과할 뿐 억지스런 상황 설정이 많다. 태일은 일매가 졸업 후 취직한 회사에서 바람둥이로 소문난 젊은 사장과 사귀는 것을 눈치채고는 청소부 아줌마로 잠입해 동태를 살피고, 회사 앞에서 피켓 시위를 한다. 시도 때도 없이 데이트 장소마다 불쑥불쑥 나타나 난동도 부린다.

영화 후반 일매가 태일을 받아들일 수 없는 사연을 털어놓으면서 코미디는 최루성 멜로로 급선회하지만 그 사연이 어처구니없다.

이 영화는 드라마 ‘해피투게더’ ‘내 마음을 뺏어봐’ ‘줄리엣의 남자’ ‘피아노’ 등으로 TV에서 연출력을 인정받은 오 감독의 충무로 데뷔작이라는 점에서 높은 관심을 끌었다.

그러나 ‘꽃을 든 남자’의 황인뢰, ‘종합병원-The Movie 천일동안’의 최윤석 등 ‘성공한 PD’라는 후광을 업고 스크린에 도전했던 감독들이 번번이 흥행에 고배를 마셨듯 이 영화도 그 징크스를 벗어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27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

김수경기자 sk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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