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완씨 100억강도사건 범인도 모르는새 변호사 선임

  • 입력 2003년 6월 26일 06시 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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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그룹의 비자금 150억원을 돈세탁한 혐의를 받고 있는 김영완씨(50·해외체류)가 지난해 3월 7명의 강도에 의해 100억원대의 금품을 강탈당한데 이어 4개월 후인 7월에도 동일범으로 보이는 범인들에 의해 또다시 강도를 당한 것으로 드러나 두 사건 사이의 연관성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경찰은 첫 번째 사건에 이어 발생한 두 번째 사건도 상급기관에 보고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으며 피해자인 김씨는 두 번째 사건의 경우 피해액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어 의혹이 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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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7월 6일 오전 4시경 복면을 쓴 남자 3명이 서울 종로구 평창동 443의9 김씨의 집에 침입했다.

담을 넘은 뒤 창문을 뜯고 안으로 침입한 범인들은 가정부 방모씨(58·여)를 위협해 손발을 묶고 이불을 씌운 채 방안에 가뒀다.

당시 김씨와 김씨의 가족들은 미국에 있었으며 방씨 혼자서 집을 보고 있었다.

이들은 이후 1시간여 동안 집안을 뒤지다 달아났으며 가정부 방씨가 112 신고로 강도가 든 사실을 경찰에 알렸다.

방씨는 경찰조사에서 “3월에 침입한 범인들과 비슷한 것 같다”고 밝혔다.

강도들에 의한 피해정도는 즉각 확인되지 않았으나 김씨의 운전사가 다음날 미국에 있는 김씨와 통화한 뒤 경찰에 “피해물품이 없다”고 신고했다.

경찰은 “두 번째 사건과 관련해 김씨가 귀국한 뒤 한번 피해자 진술을 받았다”며 “그가 ‘피해물품이 없다’고 진술했다”고 전했다.

경찰은 이들이 다른 물건에는 손도 대지 않고 1차 강도가 들었을 때 금품을 털어간 김씨집 서재로 직행해 무언가를 찾기 위해 샅샅이 뒤지다 달아났다는 방씨의 진술에 따라 일단 달아난 1차 사건의 공범 2명이 범인일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수사 중이다.

경찰은 이들이 김씨 집 안방 서랍에 있던 귀금속을 그냥 놔뒀던 점으로 미뤄 수백억원대의 채권이나 수표, 현금 등을 노리고 다시 침입했을 가능성에 중점을 두고 있다.

한편 피해자 김씨가 ‘제3자’를 통해 100억원대의 피해를 준 강도 범행을 사주한 자신의 운전사 김모씨(42)에게 변호인을 선임해주고 변호사 비용까지 지급한 정황이 드러나 그 배경을 둘러싸고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지난해 운전사 김씨의 변호를 맡았던 송모 변호사는 25일 본보 기자와의 전화 통화에서 “어떤 남자가 찾아와 ‘변호사 비용은 내가 다 지급할 테니 김씨의 변호를 맡아 달라’고 요청해 변호를 맡게 됐다”며 “내 추측에는 그가 김영완씨가 운영하는 회사의 관계자인 것 같았다”고 말했다. 송 변호사는 이어 “그 남자는 김영완씨와 운전사 김씨를 다 잘 아는 사람으로 보였다”며 “김씨의 선처를 요구하는 김영완씨의 탄원서도 이 남자가 직접 변호사 사무실로 가져왔다”고 덧붙였다. 송 변호사는 “운전사 김씨의 경우 범행에 직접 가담하지 않았고 김영완씨가 선처를 부탁했고, 공범들이 훔친 금품을 나눠 갖지 않은 점 등이 고려돼 집행유예로 풀려난 것 같다”고 했다.

그는 “김씨뿐만 아니라 강도사건에 직접 가담한 권모씨(39) 등 3명이 1심에서 정상 참작 등을 통해 강도상해죄의 법정 최저형인 3년6개월을 선고 받은 것은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강도상해죄의 법정형은 ‘7년 이상의 유기징역 또는 무기징역’이다.

이상록기자 myzod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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