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송금 특검 수사결과 발표]"경협 자금" 주장은 모두 거짓말

  • 입력 2003년 6월 25일 18시 54분


코멘트
2000년 6월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에 건네진 돈 5억달러(현물 5000만달러 포함) 가운데 1억달러가 회담 성사를 위해 정부가 제안한 ‘성사금’이었던 것으로 드러나 남북정상회담의 의미를 둘러싼 논란이 더욱 가열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정치권 일각에서 관련자들에 대한 형사처벌을 반대하며 내세웠던 ‘통치행위론’도 설득력을 잃게 됐다.

▼관련기사▼

- '북송금' 특검팀, 공판준비 착수
- 송특검 "北송금 투명하게 했어야"
- 햇볕정책 도덕성 치명타
- 특검 발표문에 나타난 北송금 과정

또 아무 조건 없이 1억달러 송금을 박지원(朴智元) 전 문화관광부 장관이 북측에 약정한 점은 그동안 대북 송금을 “현대의 경협자금”이라고 일관되게 주장해온 김대중(金大中) 정부의 입장을 일거에 퇴색시키고 있다. 이 사건과 관련해 재판에 회부된 피고인 8명의 형량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1억달러는 순수한 정상회담의 대가=대북 송금자금의 성격은 이 사건의 핵심이자 가장 치열한 논란이 제기되었던 부분.

김대중 정부는 그동안 “당시 북한에 건네진 5억달러가 남북정상회담의 대가 아닌가”라는 의혹에 대해 “이 돈은 현대와 북한이 대북사업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합의한 경협자금”이라며 한사코 남북정상회담과의 관련성을 부인해왔다.

특히 2000년 당시 대북특사 자격으로 남북정상회담 예비접촉을 벌였던 박 전 장관은 지난해 남북정상회담과 관련해 대북 송금 의혹이 제기되자 “단돈 1달러도 보낸 적이 없다”고 강력하게 부인했다.

그러나 특검팀은 25일 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북한으로 송금된 5억달러 모두 포괄적으로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대가적 성격이 있다고 밝혔다.

특검팀은 이날 발표문에 “2000년 남북정상회담 직전 북한으로 건네진 5억달러가 (겉으로는) 대북 경제협력사업에 따른 현대그룹의 선(先)투자금(4억달러)이거나 정부의 정책적 차원의 대북 지원금(1억달러) 성격을 띠고 있지만 (실제로는) 정상회담과의 연관성을 부인할 수 없다”고 명시했다.

특검팀은 이에 대한 근거로 △현물 지원금 5000만달러를 제외한 현금 4억5000만달러가 모두 남북정상회담 이전에 북한으로 보내졌고 △송금 과정에 정부가 적극 개입했으며 △국민의 이해를 구하지 않고 불법적 방식으로 비밀리에 송금한 사실을 들었다.

특검팀은 특히 김대중 정부가 북한에 주기로 한 1억달러는 아무런 명목 없이 건네진 돈이라고 밝혀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순수한 대가임을 분명히 했다.

결국 김대중 정부가 국회의 승인을 받아 인도적 차원에서 식량 비료 의약품 등을 지원할 수 있는 방법이 있는데 어디에 쓰일지도 모르면서 1억달러를 건네준 것은 대북 햇볕정책의 국민적 합의를 외면한 것이라는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현대 ‘덤터기’ 사후 특혜로 보전=김대중 정부는 북한에 주기로 한 1억달러를 마련하기 어렵게 되자 2000년 5월 중순경 정몽헌(鄭夢憲) 현대아산이사회 회장에게 부탁, 현대측이 정부 대신 1억달러를 북한에 보내도록 한 것으로 특검조사 결과 드러났다.

김대중 정부는 또 이에 대한 대가로 산업은행에 압력을 넣어 현대가 4000억원을 특혜대출받을 수 있도록 도와줌으로써 이를 일부 보전해준 것으로 밝혀졌다.


하종대기자 orionha@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