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대들, 6·25휴전 50돌맞아 참전용사 가족에 감사편지

  • 입력 2003년 6월 24일 18시 2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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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보편적 가치인 자유와 민주주의를 위해 해외로 파병되는 참전용사들의 희생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는 계기가 됐습니다.”

24일 서울 강동구 상일동 한영고교 1학년 13반, 35명의 학생들이 6·25전쟁 휴전 50주년을 맞아 해외 우방 16개국 참전군인과 가족들에게 보내는 ‘한국으로부터의 감사편지’를 쓰고 있었다.

“우방이 뭔지 진지하게 생각해봤어요. 참전해 주신 여러분들께 진심으로 감사합니다.”(김낙현군)

24일 서울 강동구 명일동 한영고교에서 열린 ‘6·25 해외 참전 용사들에게 편지쓰기’ 행사에서 학생들이 영어 편지를 쓰고 있다.-박주일기자

“북한과의 화해도 중요하지만 세계평화와 보조를 맞추는 문제에도 힘을 쏟아야겠죠.”(김현준군)

한영사전을 펴놓고 영작문을 하거나 선생님이 나눠준 ‘참고 예시문’을 보며 열심히 편지를 쓴 학생들은 “재미있다”는 반응을 보였다. 학생들은 e메일 대신 편지를 써 ‘할아버지 용사’들에게 감사를 전한다는 점에서 흥미로운 경험이라고 입을 모았다.

다른 반에서 마주친 학생들 중에는 “미국 영국 터키는 들어봤는데 에티오피아 콜롬비아 룩셈부르크 필리핀도 참전한 사실은 몰랐다”거나 “그 시절에 외국에서 135만명이나 참전했다니 놀랍다”는 반응을 보이는 학생도 있었다.

또 “북 핵문제 해결에 지구촌 전체가 신경을 쓰는 것이 이해가 된다”며 어른스럽게 대답하기도 했다.

이 행사는 사단법인 ‘H2O청소년사랑품앗이봉사단(회장 임채홍 변호사)’에서 기획한 것으로 본보가 봉사단의 사업을 후원하고 있다. 품앗이 정신을 계승 발전시켜 한국형 봉사문화를 정착하고 청소년들을 건강하게 육성하자는 취지에서 결성된 이 봉사단은 올 9월 서울 KBS홀에서 참전 16개국 외교관 상공인들이 모여 우정을 나누는 ‘하나 되는 음악회’ 등의 행사도 개최할 계획이다.

이 학교 김영호(金榮浩) 교장은 “요즘은 절대 다수의 교사들이 전후(戰後)세대로 교육현장에서 반공교육이 자취를 감추고 있고 6·25전쟁과 관련한 역사교육까지 제대로 시키지 않아 문제”라며 편지쓰기 행사에 동참한 취지를 설명했다.

영어 담당 송은회(宋銀會) 교사는 편지쓰기 행사 중간에 학생들에게 ‘역사 지식’을 환기시켜 주기도 했다.

이날 6·25전쟁이 일어난 해가 언제인지를 묻는 질문에 ‘1950년’임을 정확히 아는 학생은 35명 중 겨우 15명에 그쳤다. 그나마 전쟁이 끝난 해가 1953년임을 맞춘 학생은 6명뿐.송 교사는 “6·25전쟁을 ‘현대사의 한 부분’으로만 취급하고 있는 현행 교육과정을 감안하면 학생들이 헷갈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고 대답했다.

이 행사와 관련, 외교통상부에서는 해외공관으로 향하는 외교행낭(우편물 함)에 이들의 ‘감사편지’를 실어주기로 약속했고, 재향군인회에서는 해외참전군인들의 주소록을 기증했다.

봉사단은 25일에는 연세대에서 대학생들을 상대로 한 편지쓰기 행사를 여는데 이어 앞으로도 계속 희망하는 각급 초중고교를 돌며 편지쓰기와 참전국 탐방 문화체험캠프 등을 열 예정이다.

봉사단의 장문섭(張文燮) 사무총장은 “휴전 50주년을 맞아 ‘평화와 안정’을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는 청소년들에게 한 번쯤 우리 할아버지들과 미국을 비롯한 우방국 참전용사들이 얼마나 힘들게 이를 쟁취했는지를 돌이켜보는 시간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조인직기자 cij199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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