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4大 외교失言' 왜 나왔나]'달라진 미국' 파악 못한 탓

  • 입력 2003년 6월 20일 18시 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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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외교적 실수’가 잇따르고 있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18일 성명에서 “미국의 모략선전은 … 그 나라들(북한 등)에 대한 정권교체 시도를 합리화하는 불순한 목적이 있다”며 ‘미국의 북한 정권교체 시도’를 처음 거론했다. 올해 초 ‘북한의 정권을 교체해야 한다’는 도널드 럼즈펠드 미 국방장관의 비밀 메모가 유출돼 언론에 보도됐지만 미 정부는 공식 언급을 자제해 왔다. 그런데 북한 스스로 이를 공식화한 셈이다. 이에 따라 이 성명은 지난해 10월 핵개발 시인 전후로 불거진 네 번째 외교적 실수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잇따른 실수=북한 외무성 이근(李根) 부국장이 4월 베이징(北京) 3자회담에서 제임스 켈리 미 국무부 차관보를 복도로 불러내 “핵무기를 갖고 있다”고 말한 것은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라는 분석이다. 민병석(閔炳錫) 전 체코 대사는 “북한이 3자회담을 자기들 주장대로 쌍무회담으로 몰아갈 생각이었겠지만, 우호세력인 중국을 자극했다”고 지적했다.

강석주(姜錫柱) 외무성 제1부상이 지난해 10월4일 평양을 방문한 켈리 차관보에게 “우라늄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라고 발언한 것도 핵위기를 자초했다는 평가다. 미국을 협상장으로 끌어내기 위해서였다는 분석도 있지만, 북한이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강경기조에 대비한 흔적은 나타나지 않았다.

또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이 지난해 9월 방북했던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郎) 일본 총리에게 일본인 납치 사실을 시인해 일본의 여론을 악화시킨 점도 악수(惡手)였다는 것이 중론. 중앙대 제성호(諸成鎬·법학) 교수는 “최고지도자가 국가의 납치 행위를 시인한 것은 자승자박이었다”고 평가했다. 민 전 대사도 “북-일 관계에서 북한은 일방적 피해자에서 맞고소의 한 당사자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왜 반복되나=북한이 서방세계의 외교원칙에 무지한 탓이라는 것이 일반적 풀이다. 외교내용이 언론에 공개되고, 여론의 피드백을 받아 새 정책을 만들어가는 서방외교를 북한이 무시했다는 것이다.

미 공화당 정부의 외교성향을 잘못 파악한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제 교수는 “북한이 너무 자기중심적인 세계관과 미국관에 빠져든 나머지, 10년 전 접촉한 빌 클린턴 행정부의 접근법을 부시 행정부의 그것과 동일시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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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련기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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