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리어 코칭 프로그램 각광…'취업클리닉'서 적성 찾는다

  • 입력 2003년 6월 19일 17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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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말 서울 종로구 교보빌딩 ㈜ANS 강의실에서 황미나 인력개발 컨설턴트가 취업. 전업 희망자들을 대상으로 ‘커리어 코칭’의 영어 프레젠테이션 기술을 설명하고 있다. 강병기기자
지난달 말 서울 종로구 교보빌딩 ㈜ANS 강의실에서 황미나 인력개발 컨설턴트가 취업. 전업 희망자들을 대상으로 ‘커리어 코칭’의 영어 프레젠테이션 기술을 설명하고 있다. 강병기기자
《‘이력서를 100통 보내고 면접은 30번 이상 봤는데도 일자리를 못 얻고 있습니다.’ ‘셀 수 없을 정도로 원서를 제출했지만 서류전형에서부터 떨어집니다. 제 능력에 문제가 있는 건가요?’ 인터넷 취업사이트에 떠 있는 대졸 취업 희망자들의 글이다. 일자리 공급이 수요를 못 따라가는 취업난 속에서 아무리 노력해도 안 된다는 무력감이 배어난다. 그러나 채용담당자들은 “취업 희망자들이 아직도 눈높이를 낮추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의견을 의외로 많이 내놓는다.》

회사 이름이나 연봉만 보고 무작정 들어갔다가 적성에 맞지 않아 금방 백수 신세로 돌아서는 경우도 상당수다.

이런 취업 희망자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최근 ‘커리어 코칭(career coaching)’이 뜨고 있다.

▽나를 설계하면 앞길이 보인다=정모씨(33)는 최근 헤드헌팅업체 에이엔에스(ANS)에서 커리어 코칭을 받았다. 지금 다니고 있는 정보기술(IT) 분야의 회사는 자신의 비전과 다소 맞지 않는 것 같아 막연히 갑갑해하던 중 상담을 의뢰한 것.

우선 설문 조사를 통해 자신의 강점과 약점을 분석했고 이를 토대로 2번의 상담을 받았다. 이후 과거사부터 털어놓는 식으로 이미지 설정과 방향 설정에 대한 PI(Professional Identity) 작업이 진행됐다.

정씨에 대한 1차적 결론은 리더형. 정씨는 “나의 성향과 대체로 일치하는 것 같다”며 “리더로서의 자질을 키우고 새로운 직업을 찾는 고민을 계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씨가 받은 일련의 과정이 바로 커리어 코칭이다.

이는 원래 헤드헌팅업체에서 경력자들을 대상으로 진행해온 경력 관리의 한 프로그램. 과거 경력분석과 적성검사 등을 통해 취업 희망자의 장단점을 파악하고 이를 토대로 부족한 부분을 강화해 준다.

최근에는 경력자뿐 아니라 일부 대졸 취업 준비생들도 ‘나만의 전략’을 꾸리는 방편으로 이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수시 모집이 일반화되면서 기업들이 신입 사원도 헤드헌팅업체를 통해 뽑는 경우가 늘고 있어 채용 기회를 얻는 데도 유리하다.

▽상담과 함께 실전 준비도 철저히=적성에 대한 분석과 상담이 끝나면 필요한 능력을 개발할 수 있는 실전 트레이닝도 받을 수 있다.

최근 서울 종로구 교보생명 빌딩 ANS 사무실. 18명의 취업 희망자가 모인 조그만 교실에서는 영어 프레젠테이션 능력 향상을 위한 강의가 진행됐다. 한 사람씩 앞에 나와서 영어로 프레젠테이션을 직접 해보는 식이었다. 모든 과정은 영어로 진행됐다.

“그렇게 어색해하면서 몸을 움츠리면 안돼요. 그것 보세요. 또 자신도 모르게 손으로 입을 가렸잖아요.”

이론적으로는 대개 알고 있는 내용이었지만 막상 앞에 나와서는 한 가지씩 결점이 잡혔다. 시선이 불안정하게 흔들리거나 말이 빨라지고 말을 매끄럽게 이어가지 못하는 사람들이 하나씩 강사의 교정을 받았다.

이런 본격적인 커리어 코칭은 국내에서 이제 막 시작하는 단계. 다양한 실전 프로그램은 없지만 옷차림 관리와 비즈니스 연설, 영어 설득 기법 등이 시도되고 있다.

채용 전문가들은 커리어 코칭을 꼭 100만원 안팎의 비싼 돈을 주고 전문적으로 받을 필요는 없다고 말한다. 주위의 취업 준비생들과 대학의 채용 담당자, 선배 등과의 꾸준한 대화와 연습도 커리어 코칭의 효과를 준다.

유순신 사장은 3·3·3원칙을 강조했다. 일주일에 3번 인터넷을 검색하고 3번은 직접 직업을 찾아 발로 뛰는 것. 나머지 3번은 선배나 선생님들과 상담을 통해 자신을 돌아보고 설계하라는 것이다.

유 사장은 “학교에서 배웠던 것과 회사에서 요구하는 것, 생각과 현실이 크게 다를 수 있다”며 “커리어 코칭 등의 상담은 이런 괴리감을 좁혀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정은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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