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프로야구]서재응 5승 ‘예술피칭’…플로리다 상대 6⅔이닝 무실점

  • 입력 2003년 6월 18일 17시 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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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140km대의 직구, 120km대의 체인지업. 150km가 넘는 강속구를 뿌리는 투수들이 즐비한 메이저리그에서 서재응(26·뉴욕 메츠)의 공은 결코 위력적이라고 할 수 없었지만 플로리다 타자들은 맥을 못췄다. 포수가 미트만 갖다 대면 정확히 그 곳으로 꽂혔고 절묘한 스피드 조절로 타자들의 타이밍을 빼앗았다. 스트라이크존 내외곽을 찌르는 현란한 컨트롤에 감탄한 현지 중계방송 아나운서는 ‘아티스트(예술가)’란 표현을 썼다.》

서재응이 올 시즌 최고의 피칭으로 4연승을 거두며 뉴욕 메츠의 에이스로 떠올랐다. 18일 프로플레이어스타디움에서 열린 플로리다 말린스와의 원정경기.

선발로 나선 서재응은 5회 1사까지 단 한명의 주자도 내보내지 않고 13명의 타자를 연속으로 아웃시키는 퍼펙트 피칭을 이어나갔다. 완벽한 제구력으로 그야말로 던지면 스트라이크.

서재응이 이날 맞상대한 21명의 타자 중 초구스트라이크를 던진 게 무려 15번. 투구수 72개중 78%인 56개가 스트라이크였으니 ‘아티스트’란 말이 나올 만하다.

퍼펙트로 호투하던 서재응이 유일하게 안타를 맞은 것은 5회. 1사후 후안 엔카나시온에게 왼쪽담장을 맞추는 안타를 내줬다. 하지만 플로리다의 공격은 거기서 끝. 서재응은 이어진 2명의 타자를 범타로 처리하며 무실점 행진을 계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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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재응 플로리다전 경기상보

서재응은 1-0으로 앞선 7회 2사후 오른손 검지 손톱이 깨져 마운드를 내려갔으나 구원투수들인 데이브 웨더스와 알만도 베니테스가 무안타 무실점으로 잘 막아 팀의 5-0 승리를 이끌었다.

전날 메츠에 1안타 완봉승을 거뒀던 플로리다 타선은 이날 27명의 타자가 나서 1안타 완봉패를 당했다. 뉴욕 메츠 역사상 투수진이 한 경기에서 27명의 타자만 맞이한 것은 42년만에 처음. 메츠 투수진은 선발 서재응과 구원투수진이 볼넷 없이 단 한 개의 안타만 내줬고 5회 안타를 치고 나간 플로리다의 엔카나시온은 2루 도루를 하다 아웃돼 정확히 27명에서 공격이 끝났다.

서재응은 경기가 끝난 뒤 “그런 기록이 세워진 줄은 몰랐다”며 “기록보다는 전날의 완봉패를 설욕한 게 더 기쁘다”고 말했다.

6과 3분의2이닝 동안 4사구 없이 1안타 4탈삼진 무실점으로 막은 서재응은 시즌 5승2패에 평균자책을 2.66(내셔널리그 4위)으로 떨어뜨렸고 13경기 연속 1회 무실점으로 이 부문 내셔널리그 1위에 올랐다. 또 6경기 연속 퀄리티피칭(선발로 6이닝 이상 던지고 3자책점 이하로 막는 것)을 하는 동안 평균자책이 1.51로 ‘철벽’을 자랑하고 있다.

한편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의 봉중근은 필라델피아 필리스전에서 중간계투로 나가 승패 없이 1이닝 무실점했다.

▼“앗, 내 손톱… 휴~ 괜찮군” 검지손톱 깨져 강판… “23일 등판 문제없다”

서재응이 완봉승을 향해 달려가던 7회. 2사후 이반 로드리게스를 맞아 초구 바깥쪽 스트라이크를 꽂은 서재응은 급히 벤치 쪽으로 손을 흔들었다. 아트 하우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와 트레이너가 마운드로 득달같이 달려갔고 잠시 후 서재응은 못내 아쉬운 표정으로 그라운드를 떠났다.

절정의 피칭을 구사하던 서재응이 갑자기 교체된 것은 오른손 검지 손톱이 깨졌기 때문. 아트하우 감독은 “마운드로 올라갔더니 (서재응의) 손가락에 피가 보였다. 그를 강판시킬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투수들의 손톱이 깨지거나 살점이 떨어져 나가는 것은 사실 야구에서 다반사. 투수들은 공의 실밥을 잘 낚아채기 위해 손톱을 여자처럼 길게 기르고 애지중지한다. 하지만 손톱이 길다보니 경기 중 깨지는 일이 자주 일어난다. 이를 막기 위해 투수들은 보통 매니큐어를 바르는데 서재응도 매니큐어를 바르다 최근에는 강력접착제까지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 메츠는 경기가 끝난 뒤 “다음 선발등판(23일 뉴욕 양키스전)엔 전혀 문제가 없다”고 발표했다.

김상수기자 s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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