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방형남/앞서가는 독일

  • 입력 2003년 6월 17일 18시 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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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와 독일은 현격한 국력 차이에도 불구하고 여러 분야에서 비교대상이 되는 흔치 않은 인연을 맺고 있다. 한국이 60, 70년대 경제성장을 계속하자 세계 각국은 독일의 ‘라인강의 기적’에 빗댄 ‘한강의 기적’이라는 기분좋은 찬사로 격려했다. 우리도 독일이 갈라져 있을 때는 같은 분단국으로서, 통독 이후에는 독일의 경험에서 교훈을 배우기 위해 특별한 관심을 기울였다. 오랫동안 독일어가 영어 다음으로 많은 학생들이 배우는 외국어였다는 사실에서도 독일에 대한 한국인의 호감을 확인할 수 있다.

▷미군철수와 재배치라는 현안을 놓고 양국을 비교하는 것도 재미있다. 주독미군과 주한미군이 해외주둔 미군 재배치의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3만7000명의 주한미군이 반세기 동안 한반도의 평화를 지키는 전쟁억제력의 역할을 감당했듯이 7만명의 주독미군은 미국의 대유럽 전략을 실행하는 몸통으로서 수십년간 유럽 평화를 위해 기여했다. 최근에 우리는 반미시위로, 독일은 이라크전 반대로 미국의 기분을 상하게 했다는 점도 비슷하다. 그렇다면 주둔미군의 변화에 대한 독일과 한국의 대응에 비슷한 점이 있을까.

▷독일의 13개 도시 시장들이 워싱턴을 방문해 미 국방부 국무부 의회 관계자들을 만나 미군기지 존속 또는 철수규모 최소화를 호소했다는 소식이다. 카이저스라우테른시 시장은 독일방송과의 회견에서 “미군이 철수하면 연간 10억달러의 시 수입이 감소한다”고 말했다. 그들이 워싱턴에서 얼마나 절실하게 미군의 필요성을 강조했을지 짐작이 간다. 독일 시장들은 미군이 철수하더라도 철수 규모가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는 기대를 하게 됐다고 방미 성과를 설명했다. 미군주둔을 지역경제에 대한 기여관점에서 파악하고 피해를 줄이기 위해 대미 로비까지 하는 독일 시장들의 적극적인 자세가 부럽다.

▷우리나라에도 미군기지 주둔 지역 자치단체장협의회라는 조직이 있다. 독일시장들처럼 단체로 대미 로비를 할 수도 있으련만 아직은 그런 움직임이 없다. 주독미군과 마찬가지로 주한미군의 역할을 군사적 관점에서만 보는 것은 단견이다. 주한미군은 지난해 한국 민간인 인건비, 현지 조달 등 7억5000만달러의 주둔비용을 지출했다. 한국이 분담한 방위비 4억8000만달러를 공제하는 단순방식으로 하더라도 미군의 순지출은 2억7000만달러나 된다. 미군주둔 지역 지자체에는 그야말로 ‘달러의 금맥’이다. 한때 거리에서 힘을 얻은 반미에 집착할 것인가, 용미(用美)로 눈을 돌릴 것인가. 독일의 경우를 보면 우리나라 지자체장들이 해야 할 선택은 자명해진다.

방형남 논설위원 hnbh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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