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근로자 ‘출국대란’ 비상

  • 입력 2003년 6월 16일 23시 3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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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체류 외국인 근로자 20여만명에 대한 강제출국 시한이 8월 말로 다가온 가운데 이들을 구제하기 위한 ‘외국인 근로자 고용허가법안’의 6월 임시국회 통과가 무산됐다.

이에 따라 당국이 예정대로 이들을 강제 출국시킬 경우 불법체류자 출국대란에다 이들을 고용하고 있는 영세기업이 심각한 인력난에 처하는 산업인력 공백상태가 빚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위원장 송훈석·宋勳錫)는 16일 전체회의를 열어 이재정(李在禎·민주당) 의원 등이 발의한 ‘외국인 근로자의 고용허가 및 인권보호에 관한 법률안’을 심의했으나 야당 의원들의 거센 반발에 부닥쳐 법안심사소위원회에 넘기는 데 실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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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고용허가법안은 내국인을 고용하려는 노력에도 불구하고 채용에 실패한 사업주에게 외국인 고용을 허용하고, 3월 말 기준으로 체류기간 4년 미만인 불법체류 외국인에게 취업을 허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날 한나라당 의원들은 “고용허가제를 도입하면 외국인 근로자에게 노동3권이 보장돼 임금이 올라가는 등 영세한 중소기업의 부담이 늘어날 것”이라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노동부가 정부입법안을 만들 것을 요구했다.

노동부는 강제출국 대상이 20여만명이나 되기 때문에 중소기업의 인력난을 고려해 ‘완전한 고용허가제’를 주장하는 노동계의 반대를 무릅쓰고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 등 재계와 야당에 현행 산업연수생제와의 병행 실시를 제의하기도 했으나 수포로 돌아갔다.

법무부는 당초 3월 말이었던 불법체류자 출국시한을 고용허가제 도입을 조건으로 5개월 연장해 주었는데 또 다시 늦출 수는 없다는 입장.

또 8월 이전 이 법안 처리를 위한 임시국회가 다시 열릴 가능성이 희박한 상황이라 현재로서는 불법체류자의 강제출국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20여만명에 이르는 불법체류자를 강제 추방할 방법이 없는데다 인력난에 허덕이는 중소기업들의 연쇄도산이 우려돼 실제로 강제출국으로 이어질지는 불투명하다.

법무부는 3월 말 불법체류자 강제출국 시한을 유예해 주면서 고용허가제법 제정이 지연될 경우 출입국관리법 시행령을 개정, 단순 기능 인력은 별도의 취업체류 자격을 주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어 후속 조치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노동부는 고용허가제 도입이 끝내 무산될 경우 산업연수생제 감독기관을 중소기업청에서 노동부로 옮기는 등 송출비리와 인권침해 등의 부작용이 있는 현행 산업연수생제도를 대대적으로 손질할 계획이다.

한편 고용허가법안과 함께 법정 근로시간을 주 44시간에서 40시간으로 단축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도 이번 임시국회 통과가 무산됐다.

정경준기자 news9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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