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MBC EBS이사진 구성]시민단체 일색…전문성 미흡

  • 입력 2003년 6월 16일 18시 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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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와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EBS 등 공영방송사의 이사진에 시민단체와 여성계 인사들이 대거 진출한 반면 방송 전문성 면에서는 크게 미흡한 것으로 지적됐다.

방송위원회(위원장 노성대·盧成大)는 16일 KBS MBC EBS의 이사 인선 결과를 발표했다. 방송위는 4∼11일 KBS 81명, 방문진 56명, EBS 23명 등 이사 후보를 공개 추천받았으며, 15일 전체회의에서 8시간 동안 모두 60여 차례의 투표로 이사진을 구성했다.

우선 이들 방송사별 이사회에 시민단체나 시청자단체 출신 인사가 대거 진출했다. KBS 이사회에는 윤수경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사무총장, 김상희 한국여성민우회 상임대표, 박원순 참여연대 상임집행위원장, 이형모 전 KBS 부사장(전 언노련위원장), 방문진에는 전교조 9대 위원장을 지냈던 이수호 선린인터넷고교 교사,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과 천주교 인권위원회에서 활동한 김형태 변호사, EBS 이사회에는 임상택 민언련 부이사장 등이 선출됐다.

여성계 목소리도 커졌다. KBS는 여성 이사가 기존 1명에서 3명으로 늘었고, 방문진도 2명의 여성 이사가 선출됐다. 또 KBS 이사진은 평균연령이 64.4세에서 57.4세로, 방문진은 62.3세에서 58.4세로 젊어졌다. 40대 이사도 KBS에 2명, 방문진에 1명 포함됐다.

한국외국어대 김우룡 교수는 “방송사 이사회는 예산을 심의하고 편성 및 운영을 감독하면서 방송 정책의 큰 틀을 제시해야 하므로 방송 전문성을 갖춘 인사가 많이 포함되어야 한다”며 “이번 이사진에는 비전문가가 다수 있어 거대 방송사를 견제하기엔 중량감이 떨어진다”고 분석했다.

방송정책 결정 라인에서 ‘광고주’의 입김이 세진 것도 특징이다. 방송위원에 민병준 한국광고주협회장, KBS 이사에 전응덕 한국광고단체연합회장이 연임된 데 이어 김이환 한국광고주협회 부회장이 광고계에서는 처음으로 방문진 이사로 참여했다. 특히 전 회장은 KBS 이사장 물망에 오르고 있어 ‘공영방송’에 대한 광고업계의 입김이 강화될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방송위는 ‘정치권의 나눠먹기’라는 비판을 의식해 “추천 후보들을 방송계 학계 시민시청자단체 법조 노동 지역 문화예술 등 9개 부문별로 분류한 뒤 투표를 통해 후보를 줄여나갔다”고 말했다.

한 방송위원은 “각 방송사 이사회에 방송 현업에서 3명, 시민단체 추천인사 3명은 반드시 넣는다는 대체적인 합의가 있었다”며 “그러나 부문별로 뽑다 보니 방송 전문가보다 분야별 명망가 위주로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고 털어놓았다.

KBS 이사회는 우선 ‘정연주 사장 재신임’이 가장 큰 현안이다. 정 사장은 전임 사장의 잔여 임기가 끝난 5월 22일 이후 재신임을 받아야 하나 이사회 구성이 늦어져 미뤄졌다.

한편 전국언론노동조합(위원장 신학림)은 이번 이사진 선임과 관련해 성명을 내고 “일부 진전된 면이 있으나 여전히 정치적 나눠먹기 의혹이 있고 추천 사유가 발표되지 않는 폐쇄적 형식을 답습하는 등 기대 수준에 미치지 못했다”며 “정치적 압력이나 자본의 간섭을 차단해야 할 이사회에 광고 관련 인사들이 포진해 있다는 점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제목
방송사이사
KBS전응덕(全應德·71·한국광고단체연합회장) 김우철(金宇哲·65·삼성언론재단 연구위원) 이종수(李鍾秀·63·광주대 언론홍보대학원장) 이영덕(李永德·58·전 조선일보 논설위원) 이형모(李亨模·57·전 KBS부사장) 윤수경(尹秀卿·57·여·사회복지공동모금회 사무총장) 박범신(朴範信·57·소설가) 이영자(李令子·54·여·가톨릭대 사회학과 교수) 김인규(金仁圭·53·전 KBS뉴미디어 본부장) 김상희(金相希·49·여·한국여성민우회 상임대표) 박원순(朴元淳·47·참여연대 상임집행위원장)
방송문화진흥회(MBC 대주주)이상희(李相禧·74·서울대 명예교수) 임국희(任菊姬·65·여·전 MBC 아나운서) 최창섭(崔昌燮·61·서강대 신방과 교수) 김이환(金貳煥·61·한국광고주협회 상근 부회장) 민창환(閔昌煥·56·전 MBC전무이사) 이옥경(李玉卿·55·여·시사여성주간지 ‘미즈엔’ 대표) 이수호(李秀浩·54·선린인터넷고 교사) 이범수(李範洙·53·동아대 신방과 교수) 김형태(金亨泰·47·변호사)
EBS윤충모(尹忠模·60·서울산업대 강사) 손인식(孫仁植·58·교총 사무총장)임상택(林尙澤·52·민언련 부이사장) 조종흡(趙鍾翕·50·동국대 영상영화학과 교수)
KBS 이사는 방송위가 추천, 대통령 임명. 방문진과 EBS 이사는 방송위가 선임.

전승훈기자 raphy@donga.com

이승재기자 sjd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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