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비블리오테라피'…'생활속 문제' 독서로 치료

  • 입력 2003년 6월 13일 17시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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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블리오테라피/조셉 골드 지음 이종인 옮김/384쪽 1만4900원 북키앙

캐서린 앤 포터의 소설 ‘밧줄(Rope)’은 1930년대 대공황을 배경으로 한다. 시골에 사는 한 부부의 이야기. 남편은 가게에 물건을 사러 갔다가 아내가 부탁한 커피 대신 구매 리스트에 없는 밧줄을 사가지고 온다. 이 때문에 부부싸움이 일어난다.

‘…그녀의 안색은 밧줄을 보더니 싹 바뀌었다. 그녀는 커피를 사오라고 했더니 그것 대신 쓸모없는 밧줄을 사왔다고 그에게 말했다. 그녀는 집안을 사람이 살 만한 곳으로 만들려고 이토록 애를 쓰고 있는데 남편은 너무 무성의하다고 소리를 질렀다…’.

실제로도 이와 비슷한 생활을 하고 있는 부부가 있다. 이 부부는 소설 속의 부부처럼 ‘별 것 아닌’ 문제로 늘 티격태격 한다. 어느 날 이들은 ‘상담자’의 권유로 이 소설을 읽게 됐다. 부부는 처음엔 소설 속의 인물과 자신을 동일화했다. 부인은 소설 속의 남편을, 남편은 소설 속의 아내를 비난했다.

이번엔 ‘상담자’가 부부에게 상대방이 어떤 식으로 행동하는 것이 좋은지를 물었다. 그러자 남편은 소설 속의 남편이 커피를 잊은 것에 대해 부인에게 사과하지 않았다고 말했고, 아내는 왜 소설 속의 아내가 남편과 함께 가게로 가지 않았는지를 궁금해 했다. 이런 과정은 그들에게 서로의 생활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됐다. 그들은 토론하고 대화하기 시작했다.

이 책에 나오는 수많은 ‘케이스’ 중 하나다. 영문학 교수 출신인 저자는 독서, 특히 문학 작품을 통해 생활의 문제들을 치유할 수 있다고 주장하며 개인 상담소를 열어 그 주장을 실천해왔다. ‘비블리오테라피’란 ‘독서 치료’를 뜻하는 말.

책에는 부모가 이혼한 가정의 어린이가 겪는 문제, 청소년기의 고민, 결혼과 이혼에 얽힌 문제 등 치료가 필요한 다양한 부류의 사람들과 치료 과정이 나온다. 책은 이를 분야별로 나눠 이에 맞는 적절한 문학작품을 제시한다.

캐나다의 이야기이다 보니 등장하는 ‘문제’가 우리의 현실과는 거리가 있고, 치료를 위해 등장하는 작품도 우리에게 생소한 것이 많다. 이 때문에 출판사는 국내에서 구할 수 있는 ‘비슷한’ 성격의 책들을 번역본에 소개하고 있다.

주성원기자 s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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