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칼럼]김영택/행정수도 이전은 통일 뒤에

  • 입력 2003년 6월 12일 18시 2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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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택
서울은 인구 교통 등 모든 면에서 초만원이다. 이에 따른 인적, 경제적 부대비용 또한 엄청나다. 이 때문에 서울을 이전해야 할 필요성은 절실하다. 노무현 대통령이 행정수도 이전을 선거공약으로 내걸었던 것도 명분은 있다. 그러나 행정수도 이전은 이삿짐 옮기듯 간단치 않다는 데 문제가 있다.

세계의 수도들은 수백년이 넘는 생명력을 갖고 있다. 이탈리아 로마는 로마제국에서 지금까지 이어져 2000년 동안 역사의 고도(古都)로 번창하면서 영광을 누려왔다. 반면 수도를 자주 옮긴 나라일수록 번성하지 못하고 초기에 패망한 경우가 적지 않다. 수도의 정도(定都)나 이전(移轉)이 얼마나 어렵고 중요한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역사적으로 봤을 때 수도는 건국 창업자나 통치자가 정했지만, 그렇다고 막무가내 식으로 정했던 것은 아니었다. 외세의 침략을 얼마나 잘 방어해낼 수 있고, 통치권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행사해 국가 번영에 기여할 수 있는지 등을 고려했다. 조선왕조를 세운 태조 이성계가 심사숙고해서 결정한 한양(漢陽)은 600년간 우리의 서울로 번창해왔다. 그 때문에 오늘날 수도 이전은 국가번영 여부와 국민적 공감대가 전제돼야 한다. 노무현 정부는 행정수도 이전 계획이 선거공약으로 국민적 동의를 얻었다고 주장할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는 아직 남북이 분단된 상황이다. 따라서 진정한 행정수도 이전을 추진하려면 통일 뒤로 미뤄야 한다.

특히 우리는 통일을 역사적 과업으로 삼고 있지 않는가. 막대한 비용을 들여 행정수도를 옮겨놓고 통일이 이뤄진다면 충청지역으로 치우친 행정수도가 남북화해에 큰 걸림돌이 될 수도 있음을 유념해야 한다. ‘서북인’이니 ‘동북인’이니 하면서 평안도와 함경도를 홀대했던 과거 역사도 통일 이전에 행정수도를 옮겨서는 안 되는 이유를 보여주고 있다.

필자는 통일 후 수도를 한반도 중간지대인 휴전선 인근으로 옮기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분단의 가슴 아픈 역사를 되새기고 남과 북의 모든 국민을 포용, 융화하는 공감대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행정수도 이전계획을 통일과업 완수 후로 미루기를 간곡하게 바란다.

김영택 한국역사기록연구소 이사장 songam69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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