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조 다스리려면 시민단체가 나서야"

  • 입력 2003년 6월 12일 15시 3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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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보성초등학교 교장 자살사건과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 등으로 교단 갈등이 심각한 가운데 건전한 교육시민운동을 표방하는 '교육공동체시민연합(교육공동체)'이 14일 창립식을 갖는다.

3월 퇴임후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을 강하게 비판하며 이 단체의 설립을 주도하고 있는 이상주(李相周) 전 교육부총리를 11일 만나 창립 배경과 바람직한 교육계 갈등 해소 방안 등에 대한 의견을 들어보았다. 다음은 일문일답.

▶"전교조 다스리려면 시민단체가 나서야"

-교육공동체가 '안티 전교조' 단체로 주목받고 있다. 왜 이런 단체를 만들려고 하나.

"장관 시절에 일선 교장을 만나면 '전교조 때문에 죽겠다' '도대체 영이 서지 않는다'는 고충을 많이 얘기하더라. 학부모들은 '선생님이 연가투쟁이 말이 되느냐'고 걱정한다. 교육부 장관을 지낸 사람이 못 본체하는 것은 직무 유기라고 생각했다. 한 월간지 인터뷰에서 '전교조를 다스리려면 학부모나 시민단체가 나서야 한다'고 말했더니 '전교조 대항단체를 만든다'고 나왔다. 그날부터 집으로 격려 전화가 수없이 걸려와 나도 당황했다. 안 한다고 하면 기대에 대한 배신이라는 생각이 들었다.(웃음)"

-교육공동체에는 누가 참여하나.

"교원, 학부모, 교장협의회, 퇴직교원, 시민단체 등 교육 관계자와 전직 국무총리과 교육부 장관, 대법관 등 각계 인사가 두루 참여한다. 성금을 내는 분들이 많다. 나도 자동차 사려고 모은 돈 1000만원을 보탰다. 조화로운 교육공동체를 형성하고 교육 정상화에 이바지하는 시민활동을 하고 싶다. 그러나 이런 목적에 방해가 되는 어떠한 사회세력이나 조건에도 단호히, 철저히 대응하겠다."

-사업계획을 구체적으로 말해 달라.

"정책 제안, 학부모 교육, 교장 교감을 위한 민주적 리더십 연수 등 다양하게 계획하고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전교조의 불법 행위 감시다. 학부모들이 지역별로 모니터링 그룹을 만든다. 교장이나 일반 교사들도 인터넷이나 팩스, 전화로 고발할 수 있는 장치를 만들겠다. 고발이 들어오면 법률적, 행정적, 사회적 대응방법을 모색하고 이를 위해 변호사들로 법률지원단도 만들 것이다."

▶"전교조의 불법행위 감시"

-전교조를 신랄하게 비판했는데 어떤 점이 문제라고 보나.

"3가지 문제가 있다. 우선 불법성이다. 교원노조법에 단체행동이 금지돼 있는데도 조퇴나 연가투쟁, 교육청 점거농성 등 사실상 단체행동을 한다. 둘째는 비윤리성이다. 자신들과 생각이 다르다고 선배 교사, 교감, 교장을 몰아세워 무력화하려고 한다. 셋째, 반교육성이다. 보통교육을 하는 초중고에서 교사가 어린 학생들에게 편향적 시각을 주입하는 것은 가치관 형성에 혼란을 줄 수 있다. 아주 위험한 일이다."

-요즘 학교 현장이 너무 삭막하다는 느낌이다.

"학교에는 참교육이 아닌 정치 의식화가 이뤄지고 스승이 아닌 투사만 있다. 사랑과 믿음과 존경이 넘쳐야 할 학교 공동체가 감시와 비난이 넘치는 투쟁의 장으로 변했다. 공동체적 기반이 무너져 해방이후 최대의 교육 위기다. 창립선언문에 '교육 구국의 절박한 심정으로' 말을 넣은 것도 이 때문이다."

-이제는 학부모단체들도 목소리를 내야 하는 것 아닌가.

"전교조는 너무 큰 단체가 됐다. 이를 감시하고 견제하는 역할은 사회단체나 학부모단체가 아니면 누구도 못한다. 일본의 일교조(日敎組)도 상당히 과격했지만 시민단체가 1일 파업에 대해 소송을 제기해 유죄 판결을 받아내면서 잠잠해졌다. 일부 교원단체의 잘못된 행태가 계속된다면 우리도 모금을 해서라도 소송을 제기하겠다."

▶"전교조와 정식으로 토론하고 싶다"

-전교조 등 교원단체와 대화할 의향은 없나.

"임기 중에 전교조에 두 번 제안했는데 응하지 않더라. 전교조, 한국교총, 한교조 등 교육단체들과 며칠 밤을 새우면서 허심탄회하게 토론하고 싶다. 모두 교육을 걱정하는 사람들 아닌가. 정식으로 토론하고 싶다."

-장관 끝난 뒤 문제 제기하는 것에 대한 비판도 있는데.

"알고 있다. 그러나 나는 장관하면서 전교조를 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대응했다. 그렇지만 현직 장관으로서 교육 안정을 위해 말은 조심할 수밖에 없었다. 내가 NEIS를 추진한 장본인 아니냐고 하는데 NEIS는 잘못된 정책도 아니고 내 취임 전에 결정된 사안이다."

-교육단체들도 진보, 보수로 양분되는 것 같다.

"민주화 과정에서 시민단체가 생겨났기 때문에 진보적인 단체가 많다. 그러나 보수적인 단체도 있어야 균형이 맞는다. 요즘은 조금씩 균형이 잡혀가는 것 같다. 전교조가 진보적, 개혁적이라는데 교육개혁 정책에 대해 사사건건 반대하는 것이 개혁이고 진보인지 묻고 싶다."

▶"NEIS, 윤부총리가 잘못 상황 판단"

-현 정부의 교육정책을 어떻게 보나.

"후임 장관이 잘하게 도와줘야 하기 때문에 조심스럽다. 교사회 학부모회 법제화 다 좋지만 사회적 공감대가 먼저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싶다. NEIS 문제는 윤덕홍 부총리가 상황 판단을 잘 못한 것 같다. 교육정책이 한쪽으로 가다보면 다른 쪽의 교원단체나 일선 학교장들의 반발이 뻔한데 이를 예상치 못한 것 같다. 장관은 오해의 소지가 있는 말을 하면 안 된다. 윤 부총리에게 특정 단체를 너무 안으려고 하면 큰 코 다친다고 조언했는데 결국 그렇게 된 것 아니냐."

-현재의 교육계 갈등을 어떻게 수습하면 좋겠는가.

"교장들이 등을 돌리면 교육개혁은 못한다. 이제 교장이나 교육감, 교육부 관료들도 힘을 합쳐 교육계가 안정을 되찾도록 도와주면 좋겠다. 교장들도 변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학교 운영에서 투명하고 민주적인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교단분열의 해법은 건전한 가치관과 교육관으로 무장한 국민과 학부모의 여론으로 둘러싸 환부가 번지지 않게 하는 게 가장 좋다."

-우리나라 교육의 문제점과 나아갈 방향은.

"사교육비 등의 교육문제는 한 마디로 풀기 어려운 복합적인 문제여서 해결에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이다. 21세기 지식정보화 사회에서 우리가 너무 우물안 개구리는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 너무 내부 문제에만 매달려 소모적 논쟁을 할 것이 아니라 세계적인 시각을 갖고 국가적 차원에서 장기적인 청사진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

이인철기자 inchu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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