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연극 '하우스' 연출한 심재찬씨 인터뷰

  • 입력 2003년 6월 10일 17시 4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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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출가 심재찬씨
연출가 심재찬씨
“거,매번 겪는 일이지만 참 난감합디다. 연극으로 보여주면 됐지, 그걸 또 글로 써야하는지….”

9일 오후 서울 대학로 문예회관 연습실에서 만난 연출가 심재찬씨(50·극단 전망 대표)는 “오전 내내 연극 ‘하우스’의 프로그램에 들어갈 ‘연출자의 말’을 쓰느라 고심했다”고 말했다. 이미 두 달 가까이 연습해온 작품이지만 길지 않은 문장으로 표현하려니 쉽지 않더라는 것. 하지만 그는 “연극으로 보면 관객들이 이해하기 어렵지 않을 것”이라는 말도 빼먹지 않았다. 자신이 있다는 뜻일까.

사실 골수 연극팬들은 그의 신작을 기다려왔다. 한국연극연출가협회장이라는 ‘거창한’ 타이틀은 제쳐놓더라도, 지난해 성격이 다른 두 편의 연극을 잇달아 성공시킨 심씨의 올해 첫 연출작이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해 뮤지컬 ‘유린타운’으로 한국뮤지컬 대상에서 ‘베스트 외국 뮤지컬상’을 받았다. 그가 연출한 연극 ‘양파’는 한국연극협회선정 2002년 ‘올해의 연극 베스트 7’에 뽑혔다.

극단 전망의 ‘하우스’- 사진제공 공연기획 모아

“하우스는 ‘가족이 아닌 가족’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등장인물은 서로 혈연관계는 아니지만, 한 집에 살고 있으면서 가정을 형성하지요. 그들은 외부의 변화로부터 자신들이 살고 있는 집을 지키려고 합니다.”

그는 “블랙 코미디와 비극을 섞어놓은 듯한 작품”이라고 작품 분위기를 소개했다. 그러나 이 작품이 단순한 가정의 이야기는 아니다. 연극에 나오는 가정은 석연찮은 구석이 많다. 50대 중반의 석재는 친구 선우와 함께 살고 있다. 석재는 아내 미자와 딸 유란을 두었지만 두 사람은 집에 없다. 유란은 프랑스에서 10년째 유학중이고, 미자는 유란이 유학을 떠난 뒤 10년간 정신병원에 입원중이다.

어느 날 프랑스에서 온 유란의 약혼자 지석이 석재의 집을 찾아온다. 지석은 유란이 귀국할 것이라는 소식을 전한다. 석재와 선우가 누렸던 10년간의 ‘평화’가 깨지는 순간이었다. 이들은 미자를 정신병원에서 데려오는 등 소동을 피운다. 이를 계기로 가정의 실체가 하나씩 드러난다. 30년전 운동권 학생이었던 석재와 선우는 친구를 배신해 죽음으로 몰아넣었던 원죄가 있었다. 두 사람은 그 죄책감으로 친구의 애인이었던 미자를 보살폈으며, 유란은 죽은 친구의 딸이었던 것.

석재와 선우는 과거에 붙잡혀 살고 있지만 그렇다고 연극 전체가 과거에 머무는 것은 아니다. 마약중독이 된 유란, 석재의 원조교제, 임신한 여자친구를 빌미로 석재에게 돈을 뜯어내는 고교생 등 ‘현재’의 아픔을 대변하는 장치도 등장한다.

심재찬씨는 “집(하우스)은 곧 가정인 동시에 국가와 사회를 상징한다”고 설명했다. 작품 곳곳에 의도적인 상징들이 숨어있다. “이 집을 설계한 것은 일본 사람이고 지은 것은 미국 사람이야”라고 말하는 미자의 대사도 그렇다. 석재와 선우는 1970년대 질곡에 잡힌 한국 민중, 또는 한국의 현대사를 상징한다.

심씨는 “작품의도는 과거를 평가하자는 것이 아니라 과거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자는데 있다”고 덧붙였다. 극중에 사용되는 윤도현 밴드와 밥 딜런의 음악도 각각 2000년대와 1970년대를 나타내는 상징이다.

극본은 ‘조선제왕신위’ 등 화제작을 발표했던 차근호씨가 썼다. 심씨는 “작가와 함께 5차례 극본을 수정했고 작가 혼자서도 8차례 극본을 바꿨다”고 말했다.

박진영, 박경근, 정아미, 박인서, 서삼석, 성노진, 이영민 등 출연. 월~목요일 오후 7시30분. 금, 토요일 오후 4시, 7시30분. 일요일 오후 3시, 6시30분. 1만5000원. 02-766-1482

주성원기자 s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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