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 할머니들 “가택연금 당했다”

  • 입력 2003년 6월 9일 23시 1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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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이 가택연금을 당했다?’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일본 방문을 마치고 귀국하는 것에 맞춰 경기 성남시 서울공항(대통령 전용 공항)에서 집회를 개최하려던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이 숙소 앞 진입로가 사실상 봉쇄되는 바람에 집회를 열지 못했다.

9일 위안부 할머니들이 모여 사는 ‘나눔의 집’(경기 광주시 퇴촌면)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경 노 대통령의 귀국 시간에 맞춰 서울공항에서 일본의 유사법제 통과 등에 항의하는 집회를 열기 위해 위안부 할머니 5명과 나눔의 집 관계자 4명이 숙소를 나섰다.

그러나 나눔의 집에서 외부로 연결된 유일한 진입로가 파헤쳐지고 굴착기와 덤프트럭 등이 길을 가로막아 위안부 할머니들은 숙소로 발길을 돌렸다는 것.

나눔의 집 안신권 사무국장은 “우리가 부른 택시를 경찰이 돌려보내고 덤프트럭의 열쇠가 없어져 길을 비킬 수 없다고 하는 등 조직적으로 집회를 방해했다”며 “이는 가택연금 수준의 탄압”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신고되지 않은 집회였기 때문에 집회를 취소하도록 종용하긴 했지만 진입로를 막지는 않았다”며 “인근에 사는 주민 최모씨(72)가 자기 돈을 들여 하수도 공사를 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위안부 할머니들은 덤프트럭 등이 없어진 뒤 숙소를 나서 오후 6시경 청와대를 방문하려다 경찰이 제지하자 청와대 앞 삼거리에서 노 대통령의 방일 외교에 항의하는 집회를 가졌다.

이들은 “노 대통령이 일본에서 미래지향적 양국관계만 강조한 것은 피해자들의 바람을 외면한 것”이라며 “과거사 해결 없는 미래지향적 외교관계는 공허한 구호에 지나지 않는 만큼 명확한 역사관을 가져달라”고 촉구했다.

광주=이재명기자 egij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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