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민의 투자여행]<16>1∼2% 확률로 승부 갈린다

  • 입력 2003년 6월 3일 18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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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엔 구슬이 많았다. 빈 깡통에, 서랍에, 장독 뚜껑에…. 돈 이외에 구슬로만 치면 아마 전국에서 손꼽히는 부호가 아니었을까. 아우가 한 움큼씩 갖다 잃었다 해도 그건 별 문제가 안됐다. ‘불패 소년’ 형님이 워낙 따 들였으니 그만한 축재(?)는 당연한 귀결이었다. 이론적으로 말하면 예(例)의 그 1∼2% 확률적 우위가 3∼4년 프로생활 내내 기하급수적 상승(相乘)효과를 발휘했던 것이었다.

좀 더 풀어서 얘기하면 이렇다. ‘짤짤이’도 여느 스포츠처럼 적의 공격을 적절히 방어해 가며 내 공격을 펼치는 경기다. 다른 점은 상대의 공격시 내 운신의 폭이 좁다는 것이다. 내가 쥐었을 때 상대가 척척 잘 맞히는 건 속수무책이란 말이다. 그래서 수비는 운(運)에 맡기고 내 공격 때 잘 하자는 게 일반 ‘꾼’들의 속셈이다. 그러나 모든 승부는 간발의 차로 판명나는 것. 남이 안이하게 포기할 때 난 한 번 더 생각해야 이긴다.

‘짤짤이’에서 공격은 상대의 손에 구슬이 몇 개 들었나를 우선 대략 점치는 것이다. 그런 다음에 3의 배수냐, 나머지가 1이냐, 또는 2냐를 찍는 거다. 이렇게 보면 상대의 공격을 훼방 놓을 방법이 떠오른다. 바로 구슬을 되도록 많이 쥔다. 그러면 상대는 내가 몇 개 쥐었을까 짐작을 포기한 채 눈 딱 감고 ‘무작위’로 찍게 된다. 내가 수비할 때는 적어도 서로 대등한 게임이 된다는 뜻이다. 이제 남는 문제는 내 공격시 게임을 유리하게 이끄는 것이다. 즉 상대가 몇 개 쥐었나를 되도록 높은 확률로 맞혀 내면 되는 것이다.

난 어렴풋이 이렇게 이 게임의 본질을 이해했던 것이다. 하늘이 주신 비교적 큰 손 덕에 많이 쥐는 건 문제가 없었으니 수비는 일단 50 대 50으로 방어를 했고…. 나머지 반쪽, 51대 49의 승산 있는 공격을 위해 난 늘 상대의 손을 주시했다. ‘짤짤’ 흔들다 손을 내밀 때 구슬 부딪히는 소리, 구슬 쥔 주먹에 정권(正拳)이 솟아오른 정도, 악력(握力)을 말해 주는 손등 정맥의 푸르고 선명한 정도….

이런 것들로 머릿속에 데이터베이스를 만들어 판단에 활용했던 나는 거의 매 게임 이겼다. 게다가 갈수록 구슬이 쌓이니 점점 더 큰 판에서 놀 수 있었고, 그래서 구슬은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날 수밖에 없었다. 이처럼 화려했던 프로생활 말미에 동생이 지켜보는 가운데 난 드디어 임자를 만난다. <끝>

김지민 시카고투자컨설팅 대표 cic2010@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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