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日 역사왜곡 망언 다시는 없어야

  • 입력 2003년 6월 2일 18시 3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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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시로 역사를 왜곡하고 자신들이 저지른 잘못을 부정하는 일본인의 고질이 또 도졌다. 일제강점기에 “조선인들이 창씨개명을 원했다”는 아소 다로 일본 자민당 정조회장의 발언은 일부 일본인들의 비정상적인 역사관의 깊은 뿌리를 실감케 한다.

일제가 우리말과 글을 못 쓰게 하고 이름을 강제로 일본식으로 바꾸게 한 것은 역사상 유례없는 폭거였다. 아직도 일제의 악행을 생생하게 기억하는 한국인 피해자들이 생존하고 있는데 역사적 사실을 부인하는 것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는 행동이나 마찬가지다.

불행한 과거에도 불구하고 한일 양국 국민은 작년 월드컵축구대회 공동 개최를 계기로 두 나라 관계를 미래지향적으로 발전시키자는 공감대를 형성했다. 그날의 소중한 다짐을 되새겨야 할 월드컵 1주년을 맞아 양국 관계에 찬물을 끼얹은 일본 집권당 유력자의 언행은 그래서 이해하기가 더욱 어렵다.

비록 아소 정조회장이 어제 “말주변 부족으로 인한 것이었다”며 “한국민에게 솔직하게 사과한다”고 밝혔으나 우리가 받은 충격은 크다. 월드컵 이후 젊은이들을 중심으로 모처럼 우호적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는 이때 경솔한 발언으로 양국의 관계 개선을 원하는 이들의 마음에 상처를 입힌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자민당 총재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아소 정조회장이 일본의 우경화 바람에 편승하려는 의도에서 ‘정치적 발언’을 했을 것이라는 점이 특히 우려된다. 이런 유형의 망언으로 한일 관계가 자주 상처를 입게 되면 양국 정상이 외치는 ‘21세기 파트너십’은 공염불에 그칠 수밖에 없다.

아소 정조회장의 망언과 비교하면 국내의 비판적 시각을 무릅쓰고 현충일에 일본 천황과 만찬을 하는 정상회담 일정을 잡은 한국 정부의 태도가 새삼 대범해 보인다. 일본 정부까지 나서 “‘창씨개명이 조선인에게 고통을 안겨줬다’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는 해명을 해 그나마 다행이다. 다시는 일본의 역사왜곡 망언이 되풀이되지 않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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